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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선수들의 지도자'…빈볼 논란속 이종운 위상 치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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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 논란 뒤 단호한 대응 찬사…"우리팀 선수 방해하는 행위 용납 않을 것"

[김형태기자] 프로야구판을 후끈 달군 빈볼 논란 속에서 유독 부각된 인물이 있다. 빈볼을 맞은 황재균(롯데)도, 황재균의 몸을 맞힌 이동걸(한화)도, "빈볼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김성근 한화 감독도 아니다. 바로 항상 조용한 듯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이종운 롯데 감독이다.

◆덕아웃의 불문율 깬 이종운

엄밀히 말하면 이 감독은 프로야구판의 또 다른 불문율을 깼다. 다른 구단, 특히 상대 덕아웃을 향해 직접적인 표현을 삼가는 게 미덕인 야구계에서 이 감독은 모험을 무릅쓰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했다.

직접적으로 상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한화 벤치에 앉아 있던 김 감독에게 건넨 말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다.

빈볼 논란으로 아수라장이 된 지난 12일 사직 한화전이 끝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의 팀에 피해를 주면 자신의 팀에도 피해가 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황재균이는 무슨 잘못인가. 열심히 하는 선수일 뿐, 우리는 알고 있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하지만 오늘 우리는 똑같이 할 가치가 없어서 참았다. 어느 팀이든 우리팀 선수를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말투 그대로만 보면 이 감독은 프로야구판의 '이단아'나 다름 없다. 마치 시비를 건 '적장'을 향해 한 판 붙어보자는 식의 대응자세는 '그라운드의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 야구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롯데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지도자의 마음", "부당하게 당했다고 느꼈을 때 리더가 해야 할 말"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유는 몇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정황상 '피해자'인 롯데 측에 대한 동정의 분위기가 압도적인 점, "의도된 빈볼이 아니다"는 한화 측의 해명에 대한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은 점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 "그라운드는 승리를 위해 싸우는 전장이다. 경기 중에는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김 감독의 과거 발언과 "야구는 전쟁이 아니고 그라운드 안에서 싸우는 스포츠"라는 최근 발언의 불일치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빈볼 논란속 '선수들의 지도자' 위상 세우다

김 감독이 과연 빈볼을 지시 또는 방조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본인이 부인한 이상 야구계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을 듯 싶다. 하지만 이동걸이 12일 오후 황재균에게 던진 석연치 않은 몸쪽 직구 3개는 그렇지 않아도 잠복해 있던 '김성근식 야구'에 대한 논란에 기름을 뿌린 점만은 분명하다.

이 감독은 빈볼 사건 직후인 6회에 교체된 김태균을 두고 "김태균을 왜 뺐나. 오늘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인가"라며 "한화전은 앞으로 10경기나 넘게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팀, 선수를 가해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야구로 승부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그의 메시지는 해운대 백사장에 내리 쬐는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선명하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해줄 것'이라는 결의, '부당하게 당하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다. 필요할 때는 '악역'을 감수하더라도 조직원을 보호해야 하는 리더의 모습을 본 야구 팬들이 이 감독의 투박한 말투에 환호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 뒤 신임 감독으로 발표되자 '뜻밖의 선임'이라며 팬들의 미심쩍은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 감독이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며 선수단 분위기를 일신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재빠르며 단호한 대응으로 그는 구단과 야구계 내에서 위상을 재확립하면서 팬들의 단단한 지지까지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선수들의 지도자.' 이번 논란 속에서 그가 얻은 부인할 수 없는 소득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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