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문을 열고 부딪히는 팀에는 강하지만 작정하고 닫아버린 팀에는 애를 먹는다. '철퇴타카' 울산 현대가 처한 딜레마다.
울산은 K리그 클래식 5라운드까지 전북 현대, 전남 드래곤즈와 함께 무패를 달리고 있다. 5경기서 3승2무를 하는 동안 9득점 3실점으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 상위권 다툼을 벌여야 하는 FC서울,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2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울산의 초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3라운드 전남전부터 울산의 패턴이 상대에 읽힌 듯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남이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역습 중심의 축구를 펼치자 울산은 이를 깰 해법을 찾지 못했다. 광주FC전에서도 2-0으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상대 자책골의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광주가 점유율을 앞세운 공격 축구를 구사했기 때문에 울산도 나름 자신들만의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대전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4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대전이 극강의 정신력을 앞세워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서 효과를 본 것도 있지만, 김신욱-양동현 투톱 중 김신욱이 대전의 2년차 K리거 김상필에게 꽁꽁 묶인 것도 울산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 한 원인이 됐다.
양동현이 골을 넣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세트피스 상황에서였다. 정상적인 필드 플레이에서는 대전이 밀집 수비와 타이트한 1대1 대인방어를 효과적으로 해냈다. 좌우 날개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따르따의 가로지르기나 낮은 패스 모두 대전의 수비에 잘려나갔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당분간 김신욱, 양동현 투톱 체제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신욱이 미끼 역할을 하고 양동현이 골을 넣거나 반대로 양동현이 몸싸움으로 공간을 만들면 김신욱이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개인기를 앞세워 시즌 초반 재미를 봤다는 점에서 울산이 현재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울산 공격이 투톱의 높이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15일 만나는 수원 삼성이야 패싱게임 중심의 팀이라는 점에서 울산도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이어 만나는 인천 유나이티드나 부산 아이파크 등은 수비에 무게를 둔 실리축구의 대가들이다. 울산으로서는 승점 3점을 얻어야 되는 팀들이라 확실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울산의 경기를 분석한 A팀 코치는 "울산은 김신욱, 양동현이 막힐 경우 미드필드에서 볼을 돌리는 시간이 많다. 마스다, 하성민 두 미드필더의 킬러 패스도 많지 않다. 딱 한 번의 기회에 높이로 해결하겠다는 방식인데 수비적인 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울산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이 수세적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수비적인 팀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를 깨지 못하면 상위권 유지가 힘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울산이 대처 방안을 내세울 수 있느냐가 향후 3~4경기를 지켜보는 관전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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