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베일을 벗자 기대 이상으로 무섭다.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마치 '홈런 군단'으로 변신한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2015년 KBO리그 초반 두산 베어스식 '빅볼'이 리그를 휘어잡고 있다.
두산은 1일 현재 팀홈런 6개를 기록했다. 매 경기 2개씩 홈런포를 터뜨렸다. 롯데와 부문 공동 선두이지만 1경기를 덜 치렀다는 점에서 유독 눈에 띈다.
매 경기 홈런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즌 개막전인 잠실 NC전에서 김현수와 김재환이 축포를 쏘아올리더니 이튿날 같은 팀을 상대로 오재원과 양의지가 짜릿한 손맛을 봤다. 전날인 1일 대전 한화전에선 1회초 민병헌이 선두타자 홈런, 2회에는 양의지가 시즌 2호포를 좌월 솔로포로 장식했다.
홈런의 순도도 높다. 28일 김현수의 홈런은 4-5로 뒤진 5회초 터뜨린 동점포였고, 6회 김재환의 홈런포는 경기를 뒤집는 역전 결승홈런이었다. 29일에는 1-1로 승부를 알 수 없던 7회말 오재원이 우월 투런포를 터뜨렸고, 양의지는 질세라 쐐기 솔로포로 화답했다.
1일 경기 역시 홈런 2방이 승부의 흐름을 두산쪽으로 가져가게 한 요인이었다. 1회초 민병헌은 상대 선발 유먼이 제 궤도에 오르기 전에 홈런포를 터뜨려 환호했고, 2회에는 양의지가 도망가는 1점홈런으로 기세를 올렸다. 두산은 이 홈런 2방으로 초반 승기를 잡은 뒤 6회와 7회 추가점을 올려 한화의 추격을 따돌리고 3연승 휘파람을 불렀다.
두산의 초반 홈런 기세는 주로 하위타선이 주도하고 있다. 1번 민병헌과 3번 김현수를 제외하면 오재원-양의지-김재환으로 이어지는 7∼8번타자들이 중요한 순간 큰 것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아직 잠잠한 4번 루츠와 5번 홍성흔 마저 조만간 터질 경우 상대 투수들로선 '욕 나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직 비교하기엔 시기상조이지만 지난 시즌과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지난해 두산은 장타력 부족으로 큰 애를 먹었다. 팀홈런 7위(108개), 장타율 7위(0.431), ISO(순장타율) 7위(0.138)로 주요 파워수치가 바닥을 기었다. 시즌을 6위로 마치게 된 주 요인이었다.
비시즌을 거치면서 두산타선이 크게 바뀐데는 '빅볼로의 회귀'라는 팀 운영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신임 김태형 감독은 취임식 당시부터 "선수들에게 일일이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작전이 필요할 때는 해아겠지만 웬만한 상황에선 타자들에게 믿고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두산은 이번 시즌 첫 3경기 동안 이렇다 할 작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NC와의 개막전 당시처럼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도 적극적인 스윙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파죽지세의 홈런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이지만 '두산식 믿음의 빅볼'은 시즌 초반 KBO리그의 가장 큰 화제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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