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 말한다. 다양하고도 방대한 기록은 팬들이 야구를 보다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윤활유 또는 촉매제가 된다.
기록에 관심이 있는 것은 팬들 뿐만이 아니다. 야구장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기록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인 선수들 역시 자신과 동료들, 경쟁자의 기록을 눈여겨 보곤 한다. 물론 관심이 없는 선수도 있다.
LG 트윈스의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30)은 비교적 기록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세부적인 기록에 주의를 기울인다. 피안타율,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이닝당 투구수 등이 우규민이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기록. 반면 다승과 탈삼진은 우규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우규민은 지난 27일 첫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고관절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우규민은 "수술 후 첫 피칭이었는데 걱정보다 컨디션이 좋다"며 "빨리 몸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는 느낌"이라고 긍정적 자체 평가를 내렸다.
올 시즌 목표를 볼넷 30개로 잡고 있는 우규민이다. 지난해 우규민은 153.2이닝을 던지며 34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9이닝 당 1.99개로 1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 가운데 당당히 최소 볼넷 3위에 올랐다. 1위는 삼성 윤성환(1.95개), 2위는 우규민의 전 동료 리오단(1.98개)이다.
우규민은 "투수들에게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기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탈삼진을 200개 잡아도 평균자책점이 8점대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불넷, WHIP 등을 낮추다보면 평균자책점도 자연적으로 낮아질 것이고 승수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에는 볼넷 30개를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규민은 볼넷 뿐만이 아니라 WHIP 5위(1.33), 이닝당 투구수 2위(16.1개) 등 잘 드러나지 않는 기록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쉽게 눈에 띄는 기록에서도 평균자책점 8위(4.02), 다승 공동 10위(11승), 퀄리티스타트 8위(13회)로 나쁘지 않았다. 이닝만 좀 더 소화해낸다면 충분히 에이스라는 호칭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우규민은 "내가 무슨 에이스냐"며 "한국에는 에이스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정도로, 나오면 150% 이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선수들이 에이스다. 내가 에이스면 우리 팀은 정말 약한 것"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LG는 우규민이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수술 후 회복 속도는 빠른 편. 우규민이 개막전에 맞춰 1군에 합류, 목표인 30볼넷 이하를 기록한다면 LG의 올 시즌 성적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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