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김태형 두산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게 됐다.
마무리 후보 노경은의 갑작스런 부상 이탈로 모든 걸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처지다. 김 감독은 지난달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면서 "마무리와 5선발을 확정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일찌감치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를 마무리 후보로 꼽았지만 가장 유력했던 건 역시 강속구를 보유한 노경은이다. 풍부한 경험과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라는 마무리의 필수요소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투수였다. 그러나 노경은은 캠프 막판 라이브배팅 당시 타구에 안면을 맞아 턱관절 미세 골절이라는 날벼락 같은 비보를 접했다. 최소 2달 간은 전열에서 이탈해야 할 상황이다.
노경은 개인의 불운도 안타깝지만 두산으로서도 허망한 소식이다. 3월말 정규시즌 개막전에 대비한 투수진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는 '차선책'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다.
현재로선 좌완 이현승이 마무리 후보 1순위로 올라서게 됐다. 두둑한 배짱,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해본 남다른 경험에 왼손투수라는 희소성까지 보유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선발과 셋업맨으로 무려 65경기(55이닝)를 소화한 점이 돋보인다. 당초 올 시즌 5선발을 꿈꿨던 이현승이지만 팀 사정상 불펜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떠맡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 외의 대안은 없을까. 일단 빠른 공과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라는 점에선 후보군이 몇 눈에 띈다. 경험은 일천하지만 15일 청백전서 2이닝 무실점 탈삼진 2개를 기록한 장민익, 시속 153㎞의 여전한 강속구를 선보인 김강률은 구위 면에서 눈길을 줄 만한 선수들이다. 진야곱, 이원재, 함덕주 등 13일 1차 청백전 당시 좋은 구위를 선보인 선수들도 저마다 가능성을 어필하고 있다.
기교파로 시선을 돌리면 사이드암 오현택, 변진수 등도 눈여겨볼 선수들. 불펜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에서 고려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관록에 중심을 둔다면 베테랑 이재우가 제일 후보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확실한 마무리감으로 꼽기엔 저마다 2%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위와 경험, 관록을 모두 보유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고, 마무리 보직으로 풀시즌을 치러본 선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겨울 FA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이적한 정재훈(롯데)의 이탈이 뼈아프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일단 좀 더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미야자키 2차 캠프에선 실전경기를 통해 마무리와 중간계투진을 확정짓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5선발 역시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구상은 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누구라고 답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자들은 준비가 잘 되고 있는데, 우리 팀의 어린 투수들이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미흡한 것 같다"며 "앞으로 청백전과 연습경기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로 애리조나 캠프를 마친 두산 선수단은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바로 일본 미야자키로 떠난다. 일본 2차캠프에서는 일본 프로팀들과 모두 6차례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 마무리와 5선발 후보의 밑그림이 이 기간 중 그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차하면 다음달 시범경기까지 치러본 뒤에야 모든 보직이 결정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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