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는 지난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당시 U-20 대표팀은 '황금 세대'로 불렸다. 그 해 특급 신인으로 K리그에 데뷔해 인기를 끌었던 박주영(알 샤밥)을 비롯해 김진규(FC서울), 이근호(엘 자이시), 정성룡, 오장은(이상 수원 삼성) 등 거의 모든 선수가 기대주였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 축구 10년을 책임질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2007 캐나다 U-20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2무 1패로 탈락한 데다 2005년에 비해 대표팀 멤버들의 지명도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2015년 현재 2007년 U-20 세대는 한국 축구의 중추로 떠올랐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박주호(마인츠05),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이름값과 활약도에서 2005년 멤버들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압도한다. A대표팀에서도 이들은 주축 세력으로 성장했다.
수원 삼성에는 이 황금 세대와 골짜기 세대를 함께했던 이들이 있다. 2005 U-20 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종료 직전 박주영의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나온 것을 그대로 왼발 슈팅해 극적인 승리를 부른 골을 넣은 백지훈(30)이 있다. 또 2007년 대회서 측면 공격을 책임지며 폴란드전에서 골을 터뜨렸던 이상호(28)가 있다.
둘은 스페인 말라가의 수원 전지훈련 숙소에서 한 방을 사용했다. 2009~2010년 수원에서 함께 뛰었고 2013년에는 상주 상무에서 재회했다. 포지션상으로도 중앙 미드필더인 백지훈이 측면 또는 처진 공격수로 나서는 이상호를 지원해야 해 뗄 수 없는 관계다. 서로 상호보완이 가능한 존재다.
이들 둘은 올 시즌을 절실한 마음으로 맞는다. K리그 통산 200경기를 뛴 백지훈은 지난해 울산에서 19경기에 나섰지만, 자신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부활을 기대하며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193경기 출전 경력의 이상호 역시 상주 전역 후 수원으로 돌아왔지만 9경기서 1골 1도움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뭔가 강렬한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라가에서 말없이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는 이들은 조용한 반전을 꿈꾸고 있다. 백지훈은 "팬은 물론 코칭스태프에게 예전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은 있는데 마음속의 부담감을 지워야 한다. 나에 대한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안다. 그것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지훈은 잘 생긴 외모로 실력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늘 외모가 실력을 가리는 것은 아쉽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외모로 주목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은 백지훈은 "정말 내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라며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상호는 U-20 대표팀 동기들인 '쌍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대 과제다. 항상 쌍용과 비교 당하다 보니 과거 한 인터뷰에서는 '기성용과 이청용이 너무나 잘해서 배가 아픈 것이 사실이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도 들었고 잘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는 것은 안다. 잘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고 노력도 하고 있다. 내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 남이 하는 것은 남의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백지훈은 황금 세대보다 골짜기 세대가 지금은 좀 더 잘하고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우리 동기들은 어느 팀에서나 다 자리 잡고 잘하고 있다. 대표팀에 우리 또래가 적다 보니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라고 얘기했다.
부상으로 늘 상승세에서 발목을 잡혔던 기억도 잊고 싶다. 백지훈은 부상과 회복을 반복해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는 "2010년 한창 괜찮을 때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 부위에 대한 진단을 잘 못 받아서 4년을 고생했다. 안타까운 시간이다"라고 돌아봤다.
이제 둘은 서로 도와가며 비상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백지훈은 주장 염기훈(32)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이)상호랑은 상주에서도 뛰어봤고 어떻게 하는지도 잘 안다. 같이 나가면 서로 도움을 줘야 한다. 익숙한 선수니 더 잘할 수 있다"라며 좋은 호흡을 기대했다. 이상호도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라며 공격포인트에 적극적으로 욕심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더는 바닥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 백지훈은 "축구로 내 가치를 증명하겠다. (다른 친구들보다) 일단 나부터 잘되고 싶다"라며 '수원의 파랑새'로 돌아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이상호도 "말이 필요 없다. 정말 잘 해내서 수원의 좋은 성적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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