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5 시즌 수원 삼성에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로 가득찬 선수들이 많다. 팀 성적과 함께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숙명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오범석(31)도 그 중 한 명이다. 오범석은 지난해 안산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수원으로 복귀해 후반기 11경기에 나서며 나름대로 수원의 2위에 일정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은 경쟁의 연속이다. 후배 신세계는 물론 멀티플레이어 오장은까지 있어 3대1의 주전 경쟁을 뚫어야 선발로 나설 수 있다.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 중인 오범석은 오직 올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서정원 감독과는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지 않아 좀 더 집중력을 높여 자신의 시간을 만들고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때 오범석은 큰 기대를 받았다.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 포철공고(현 포항제철고) 출신으로 2003년 K리그에 데뷔해 2009년 사마라(러시아)에 진출할 정도로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A대표팀에 뽑혀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오범석은 축구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움직임을 차단하지 못하고 측면을 내주는 등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오범석은 염기훈과 함께 축구팬들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졌다. 힐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수원에서 열심히 뛰었어도 그에게 집중하는 팬은 많지 않았다. 억울한 시간만 흘러갔다. 월드컵 단 한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 인해 모든 것이 가려졌다. 이후에도 대표팀에 몇 차례 뽑혀 뛰었지만 반전은 없었다.
오범석은 지난 일을 모두 잊기로 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생긴 여유가 그의 마음을 넓게 만들었다. 말라가 숙소에서 만난 오범석은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내가 뛰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내가 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는 후배들에게도 먼저 다가선다"라며 연륜이 쌓이면서 욕심도 줄었다고 얘기했다.
한계와 가능성도 봤다. 그는 "말라가에 와서 유럽 팀들하고 경기하면서 참 세상에는 나보다 더 좋은,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라 느꼈다. 더 많이 부딪히면서 느끼고 있다"라며 자신이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실제 오범석은 지난 8일(한국시간) 빅토리아 플젠(체코 1위)과의 연습경기에서 자주 상대를 놓치며 애를 먹었다. 0-2로 패하는 과정에서 오범석의 작은 실수도 있었다. 서정원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범석아!"라며 작은 목소리로 탄식하기도 했다.
자신을 바닥으로 내려놓은 오범석은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그는 "지금은 열심히 하고 있다. 팀 복귀 후 첫 전지훈련이다.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대회도 많고 모든 선수가 활용될 수밖에 없어 언제든지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원의 공격은 측면에서부터 풀어가야 한다. 오범석의 쓰임새가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그 역시 손해를 감수하고 수원에 남아 우승에 기여하기로 했다. 그는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팀에 기여하는 것만 남았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대표팀에 대한 미련은 이제 버렸을까. 오범석은 K리그 261경기, A매치 43경기 출전으로 나름 경험이 많아 차두리(FC서울)가 은퇴한 오른쪽 풀백에 충분히 경쟁을 해볼 수 있다. 이용(상주 상무),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임창우(울산 현대) 등과 기량이 차이가 별로 없어 얼마든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을 뺏을 수 있다.
하지만 오범석은 단호했다. 그는 "팀에서 잘해 대표팀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말로 대표팀 생각은 없다"라며 오직 수원에서만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소속팀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장 아래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오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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