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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묻지마', 바닥부터 본 슈틸리케의 4개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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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축구로 대표팀 체질 개선, 선수도 경력 지우고 발탁

[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지난해 10월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대표팀은 파라과이에 2-0으로 이긴 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에서는 1-3으로 패했다.

코스타리카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너무 점잖은 축구를 하고 있다"라고 한국대표팀에 대해 진단했다. 한마디로 상대의 전술에 얌전하게 대응하며 우리식의 축구만 구사하다가 패하는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상황별 유연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좀 더 지혜롭게 축구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11월 치른 중동 원정 2연전에서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요르단에 1-0으로 이기고 이란에 0-1로 패했다. 결과는 달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 패히고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자신이 원하는 점유율 축구를 충분히 해냈다는 것이다. 심판의 매끄럽지 못한 판정에는 강하게 항의하는 카리스마도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실용적인 축구도 강조했다. 자신의 취임사에서 "어떤 날은 티키타카로 이길 수 있고 또 어떤 날은 롱볼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라고 틀에 얽매이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일단 이긴다는 결과를 잡는다면 내용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실용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조별리그 3경기 연속 1-0 승리가 이를 증명한다. 모두 같은 스코어에 의한 승리였지만 내용은 달랐다. 오만, 쿠웨이트전은 다소 답답한 플레이 속에 어렵게 승리했다. 호주전은 점유율 등에서는 밀렸지만, 정신력과 투지가 불타오르면서 팬들이 원하는 한국식 축구를 제대로 구사했다.

점점 전력의 틀이 잡혀간 한국은 결선 토너먼트에 들어와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몇 차례 수비에 허점을 보이면서도 연장전으로 끌고 간 끝에 손흥민(레버쿠젠)의 두 골로 승리했다. 4강 이라크전에서도 측면 봉쇄를 위해 스피드와 힘이 있는 한교원(전북 현대), 차두리(FC서울)를 선발로 넣는 깜짝 전술로 2-0 승리라는 성공적 결과를 냈다.

31일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는 이청용 구자철 등 핵심 전력이 이탈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주호를 윙백으로 기용하는 등 파격적인 용병술의 묘를 보여줬다. 비록 개최국 호주의 거센 공격력에 두 골을 내주고 운도 따르지 않아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배하며 한국 축구의 55년 묵은 아시안컵 우승 한은 풀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 아래 많은 소득을 올렸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모든 선수에게 국가대표의 문은 열려 있다며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가장 중요한 소득이다.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직전 슈틸리케 감독은 28명의 대표후보 자원들을 제주도 서귀포로 불러 모았다. 아시안컵은 물론 8월 동아시안컵 대비용이라는 명분까지 잘 만들었다.

8월 동아시안컵의 경우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차출은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 중심의 엔트리를 짜야 한다. 최고의 기량만 발휘한다면 누구든지 대표팀에 뽑힐 수 있기에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고 있다.

이정협(상주 상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탄생시킨 스타다. 군인 신분인 그가 '군데렐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슈틸리케는 편견 없이 모든 시선을 바닥에 내려놓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두루 살피고 있음을 알려줬다.

경기를 관전하러 가서도 특정 선수가 과거 국가대표였다는 경력을 알려주는 관계자들에게 "편견을 가질 수 있으니 그런 말을 하지 말라"라며 냉철한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예는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 어떤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 전훈에서 발굴한 새 얼굴은 이정협 한 명뿐이었지만 이번 아시안컵 활약으로 대표선수를 꿈꾸는 모두든 이들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챌린지(2부리그), U리그(대학)까지 살피며 선수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대표팀에 놀라운 변혁을 일궈낸 슈틸리케 감독이 앞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남은 3년 6개월 동안 어떻게 대표팀을 우뚝 세워놓을 지 궁금해진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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