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군데렐라' 이정협(24, 상주 상무)이 슈틸리케호의 진짜 황태자가 됐다.
이정협은 26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1골 1도움을 해내며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은 이정협의 맹활약 덕에 2-0 완승을 거뒀다.
186㎝의 신장을 제대로 이용한 선제골이었다. 김진수(호펜하임)가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한 왼발 프리킥을 이정협이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들어 헤딩해 골망을 흔들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골이다.
큰 경기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정협에게 이번 아시안컵 대표 출전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 실수가 이를 대변했다. 당시 이정협은 후반 39분 오만 알 합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어냈다. 충분히 슈팅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오른편으로 패스했다.
당황한 이정협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1-0으로 한국이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상황에서 추가골을 넣었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정협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와의 3차전에 이정협을 선발로 꺼내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호주의 강력한 피지컬을 장신의 힘으로 맞서겠다는 의도였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근호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골만 빛나지 않았다.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등 왕성하게 움직였다. 내려와서 수비까지 적극 가담하니 충분히 2선 공격수가 상대 빈틈을 노려 공격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흐름을 탄 이정협에게 이라크와 4강전은 흥겹게 뛸 수 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전반 20분 또 골맛을 봤다. 타깃형 공격수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대회 전부터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의 부재로 근심이 쌓였던 대표팀을 밝게 했다.
후반 5분에도 이정헙은 높이의 위력을 보여줬다. 후방에서 남태희(레퀴야)가 높게 올린 크로스를 점프해 가슴으로 받아 오른쪽 앞으로 떨어트렸다. 근처에 있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깔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효과적으로 해낸 이정협의 센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전이다. 이정협에게는 또 한 번의 시험대가 남아 있지만 적어도 4강에서 골과 도움을 모두 기록한 것은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리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대표팀의 타깃형 공격수 가뭄도 시원하게 해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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