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예상치 못한 우연한 만남,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을 수 있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것이고,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그런데 만남에도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나와의 관계를 고민해봐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 있다. 이런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9일, 기자는 낯선 이국에서 이런 애매한 우연한 만남을 가졌다. 그와 마주쳤을 때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반갑지 않은 것 같고, 친구가 아닌 적이나 앙숙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애매한 만남, 반가운 듯 반갑지 않기도 했다.
기자에게 있어 그 애매한 만남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바로 일본 축구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였다.
일본 대표팀은 20일 요르단과의 2015 아시안컵 D조 3차전을 치르기 위해 멜버른에 와 있다. 기자 역시 한국 대표팀이 오는 22일 8강전을 멜버른에서 치르기 때문에 멜버른으로 왔다.
멜버른 입성 2일차인 19일, 가가와 신지라는 일본 축구 스타와 우연히 마주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경기장이나 훈련장이 아닌, 낭만이 넘치는 멜버른의 한 해변에서 말이다. 가가와는 대표팀 동료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인터 밀란)와 단 둘이 비치를 걷고 있었다.
가가와를 처음 봤을 때 반가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일본 최고의 축구 스타였다. 하지만 마냥 반가울 수는 없었다. 한국 축구 기자로서,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일본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는 편치 않은 상대다.
2승으로 8강이 거의 확정적인 일본은 한국이 결승에 오른다면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이다. 일본과는 가위 바위 보도 지지 말라고 했다. 가가와를 보니 왠지 모를 의협심이 생겼다.
그래도 취재 대상을 만나면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기자의 본능. 반가운 듯 반갑지 않은 마음으로 가가와에게 다가갔다. 가가와는 경기장 밖에서 갑자기 만난 한국 기자의 몇몇 질문에 답변은 하지 않았다.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대화는 없었고, 제대로 된 눈빛 교환도 없었다. 그렇지만 사진 촬영 부탁에는 응해줬다. 가가와를 알아 본 몇몇 팬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가가와와의 짧고도 우연한, 애매한 만남은 끝났다.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리는 시드니에서 가가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기자는 분명 한국 대표팀과 함께 시드니에 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가와와 일본 대표팀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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