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또 한 번 하위권 후보팀을 맡았다. 지난 2012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고 있던 LG 트윈스에서 사령탑 데뷔를 했던 김 감독이다. KIA 역시 올 시즌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KIA는 9개 팀 가운데 8위에 그쳤다. 투타 모두 부족함이 많았던 결과였다. 설상가상으로 시즌을 마친 뒤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까지 한꺼번에 군입대하며 전력 공백까지 생겼다. 에이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다 잔류한 것이 위안이 될 뿐,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 상승 요인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김 감독은 KIA의 전력을 낮춰 보지 않고 있다. 9일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감독은 "(KIA의 전력이) 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수가 없으면 만드는 것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의무다. 선수도 많다. 90명 정도 있는 것 같더라"고 넉살 좋게 웃어보였다.
김 감독의 말에는 가진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 감독이라고 KIA의 객관적 전력이 타구단에 비해 열세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팀의 수장으로서 스스로 팀 전력이 약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위권 팀의 전력을 끌어올려 성과를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LG에서도 취임 첫 해에는 7위에 그쳤지만 이듬해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리며 LG의 숙원을 풀어냈다.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아냥 속에 만년 하위권 팀이던 LG를 11년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것. KIA가 김 감독을 선임한 것도 그런 김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LG에서 2군 감독을 거쳐 1군 사령탑으로 데뷔했던 것과는 달리 KIA에서는 곧장 1군 사령탑을 맡게 된 김 감독은 선수단 파악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김 감독은 "마무리 캠프를 함께 했던 선수들은 봤다"며 "부상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되고 있다고 하더라. 서두르지 말고 완벽히 몸을 만들라고 해놨다"고 전했다.
KIA는 오는 16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김기태호 KIA의 첫 해 성적을 결정할 중요한 시간이다. 김 감독은 "첫 번째로 선수들 체력을 좀 올릴 생각이고, 두 번째는 가용 인원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며 "능력이 조금 부족한 선수들도 언젠가는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 부임 후 KIA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빅초이' 최희섭이다. 부상과 부진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건너 뛴 최희섭은 베테랑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부임에 희망을 안고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마무리캠프 참가까지 자청했을 정도다. 김 감독도 아직까지는 그런 최희섭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김 감독은 "열심히 하고 있다더라. 이제는 본인이 말보다는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마무리캠프 때 얘기도 나눠봤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잘해보겠다고 하더라. 이제 정말 잘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출신 아닌가. 몸이 문제인데, 살을 많이 빼서 날씬해졌다"고 최희섭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주전들의 윤곽은 나왔을까. 김 감독은 "주전으로 정해진 선수들이 있을 수도 있고, 시범경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며 "선수들 모두 주전을 하고싶어할 것 아닌가. 마음과 행동, 결과가 삼위일체가 돼야 주전 자리를 가질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누구에게나 주전 자리는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KIA는 스프링캠프 출국 전인 12일 체력테스트를 갖는다. 김 감독이 LG 시절부터 선수들의 성실성을 점검하기 위해 도입했던 테스트다. 김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는 테스트에 참석하지 않고, 결과에 따른 캠프 명단 탈락도 없을 전망. 하지만 벌써부터 KIA 선수단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12일에는 올 시즌 선수단을 이끌 주장도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주장 이범호와 신종길이 후보로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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