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1월 요르단-이란으로 이어진 중동 원정 평가전을 마친 뒤 구자철(26, 마인츠05)에 대해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소속팀에서 출전 경험을 더 쌓아 대표팀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구자철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 후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애를 먹었다. 소속팀 마인츠의 주전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력이 떨어지니 중동 2연전에서도 자기 스타일을 잃고 애를 먹었다.
팀으로 돌아간 뒤 구자철은 5경기를 뛰면서 감각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마인츠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구자철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구자철이 뛴 5경기에서 마인츠는 2무3패로 한 경기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은 구자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선발했다. 공격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 선발이었다. 골 감각이 있기 때문에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이 부재한 상황에서 제로톱의 전방까지 전진해 마무리해주는 능력도 기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개막을 앞둔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전방의 이근호(엘 자이시)를 돕기 위한 배치였다.
구자철은 왕성하게 움직이며 전방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움직임에 집착하다보니 후방에서 연결되는 패스를 전방으로 유연하게 연결해주지 못했다. 구자철이 볼을 잡으면 한국의 공격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구자철의 인상적인 장면은 전반 16분 손흥민(레버쿠젠)이 크로스바를 맞히는 슈팅을 할 당시 옆으로 볼을 적절하게 빼준 것이다. 이 장면을 제외하면 구자철은 공격 연계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구자철이 패스나 슈팅 등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니 한국의 공격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손흥민의 개인기로 풀거나 이근호와 조영철이 압박해 겨우 볼을 빼내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구자철이 해야 할 일을 좌우에서 하다보니 사우디의 압박에 오히려 말려드는 모습도 나왔다.
후반 구자철이 빠지고 남태희(레퀴야)가 들어온 뒤에는 한국의 공격 전개 속도가 빨라져 비교가 됐다. 남태희는 포지션 경쟁자라는 점에서 구자철에게는 비상등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
아시안컵 첫 경기 오만전(10일)까지 남은 시간은 엿새다. 구자철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번 대표팀에서 자칫 '계륵'이 될 수 있다. 구자철은 2011 아시안컵에서 5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대회를 마쳤고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다. 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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