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전향하며 '트랜스포머'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나이. 최고 인기구단에서 16년을 뛰면서 정작 가을잔치 때마다 자리를 비웠던 불운의 아이콘. 기량에 물이 오를 즈음에는 부상에 발목을 잡히고 만 우완투수. 이 모든 것이 LG 트윈스 김광삼(34)의 얘기다.
이처럼 굴곡진 야구인생이 또 있을까 싶다. 어느덧 프로 입단 17년 차를 맞는 김광삼은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벌써 2년 동안이나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탓이다. 하지만 김광삼은 포기하지 않고 조용히, 묵묵히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불운의 아이콘, 2년 연속 PS 옆에서 지켜봐야
타자로서의 외도(?)를 끝내고 투수로 돌아온 2010년부터 3년 간 김광삼은 꾸준히 선발로 뛰며 100이닝 가량을 소화했다. 특히 2012년에는 외국인 원투펀치 리즈, 주키치를 제외하고 팀 내 가장 많은 7승(9패)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부상이 찾아왔고, 시즌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2013년은 그대로 쉴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공적인 재활을 끝내고 복귀를 준비하던 올 시즌 4월, 수술 부위에 뼛조각이 떨어져나와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결국 김광삼은 다시 수술을 선택했고, 올 시즌 역시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김광삼이 자리를 비운 2년 동안 LG는 숙원이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연속 성공했다. 지난해는 11년만의 가을잔치 참가였고, 올 시즌은 꼴찌에서 4강까지 올라선 기적같은 드라마였다.
"내년이면 벌써 LG에 입단한 것이 17년 째가 된다. 그동안 팀이 4강에 3번 오른 것 중 한 번(2002년)은 상무에 있었고 두 번(2013, 2014년)은 수술을 했다. 이쯤 되면 불운의 아이콘이 아닐까 싶다. 작년에도 힘들었지만 올해도 그랬다. 팀이 극적으로 4강을 가지 않았나. 인간인지라, 응원은 했지만 TV로 보면서 착잡한 기분이었다."
주변에서 힘들게 하는 말들도 많이 들었다. 농담일 수도 있지만 김광삼에게는 아픈 말들이었다. 2년 간 1군 등판이 없다보니 방출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김광삼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그동안의 굴곡진 인생이 그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니가 있어서 그동안 팀이 안됐다'는 말도 들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나에게는 힘든 말들이었다. 방출된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더라. 어릴 때였으면 그런 말들에 오버페이스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신중히,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LG 선발진 공백? "결국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LG는 2015시즌 선발진에 공백을 피할 수 없다. 류제국과 우규민의 수술, 신정락의 군입대로 올 시즌 선발 요원 3명이 한꺼번에 빠지게 된 것. 류제국은 빨라야 5월 초가 돼야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고, 우규민은 개막전까지 몸상태를 맞춘다고는 해도 부상 후유증을 신경써야 한다.
어찌보면 김광삼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일. 하지만 김광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천에서 류제국, 우규민과 함께 훈련하고 있어 두 선수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김광삼은 류제국, 우규민이 빠른 복귀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제국이, 규민이가 선발진에서 빠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즌 초반이면 충분히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가 중요하다. 물론 초반엔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반가운 소식은 김광삼의 현재 몸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김광삼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몸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올 시즌 개장한 이천 챔피언스파크의 시설도 김광삼의 성공적인 재활에 크게 한 몫을 했다.
"구리였다면 재활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천에서는 시설이 잘 돼 있어 체계적으로 재활 준비를 잘 끝낼 수 있었다. 현재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상태가 70% 정도는 올라왔다. 나머지 부분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면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더는 아플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타자 전환' 이형종, 더 신경쓰이는 후배
최근 이형종의 타자 전향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광삼의 이름이 다시 한 번 팬들 사이에 오르내렸다. 잘 알려진 대로, 이형종에 앞서 타자 전향을 시도했던 LG 선수가 김광삼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이형종의 신인 시절 룸메이트를 하기도 했던 절친한 사이다.
"조언이라기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우리팀 야수 라인업은 상당히 탄탄하다. 특히 형종이의 포지션인 외야가 그렇다. 안일하게 시작했다가는 더 큰 참패를 겪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김광삼은 타자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그런 선배의 모습이 이형종에게도 투수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광삼은 오히려 더욱 후배를 몰아붙였다.
"내가 그렇게 했다고 너도 그렇게 할 생각이면 당장 그만두라고 했다. 이것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캐치볼을 하는데 투수 폼으로 공을 던지더라. 그래서 된통 혼을 냈다. 미련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 같은 길을 걷는 후배라 그런지 형종이에게는 더 신경이 쓰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은 실패한 길에 후배 이형종이 도전장을 내민 것. 이형종 이전에는 2004년 1차지명을 받았던 장진용 역시 타자 전향을 시도했다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얼마나 힘든 길인지를 잘 아는 선배 김광삼은 아끼는 후배 이형종만은 타자로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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