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의 얼굴은 빗물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어이없는 역전패로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씁쓸한 표정이 더해져 마른 빗물이 눈물처럼 흘러 내렸다.
포항 스틸러스가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에서 1-2로 졌다. 후반 3분 김광석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34분 산토스, 39분 정대세에게 연이어 골을 내주며 패했다.
입장은 뒤바뀌었지만 최종전에서 극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 시즌과 유사했다. 지난해 최종전을 앞둔 당시 포항은 1위 울산 현대에 승점 2점 뒤진 2위였다. 공교롭게도 최종전이 울산과 맞대결이었다. 반드시 승리해야 우승할 수 있었던 포항은 0-0으로 맞서다 경기 종료 직전 김원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는 포항이 수원에 1-2로 역전패하며 상황이 틀어졌다. 포항이 패했어도 서울이 제주에 지거나 비기면 포항은 3위를 유지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도 제주와 1-1로 맞서다 후반 44분 오스마르가 결승골을 넣으며 2-1로 승리, 순위가 뒤집어졌고 포항의 ACL 티켓도 날아갔다. 수원을 맞아 홈에서 10년 만에 패한 결과가 너무나 쓰라렸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도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다. 1년 동안 최선을 다했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부분도 그렇고 아쉽다"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연발한 황 감독은 "시즌 중 전술 변화가 독이 됐다. 이명주가 이적하고 김승대, 손준호 등으로 만들어보려고 했고 전술적으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많은 것을 잃었다. 변화가 독이 됐다"라고 실패한 시즌을 진단했다.
팀 전체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는 황 감독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포항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년에도 당연히 포항에 있는다"라며 또 한 번의 팀 변화를 예고했다.
포항은 1년 내내 킬러 부재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제로톱으로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도 넣어야 할 때 골을 넣지 못하며 기능고장을 일으켰다.
황 감독은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오늘같은 종류의 축구를 선호하지 않는다. 다만 실리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을 얻어야 했다. 부상자나 상황을 보고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실패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는 것이다"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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