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딸들이 서로 상대팀으로 만나긴 하지만 제 마음은 오히려 더 편해요."
한국여자배구의 미래로 꼽히는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이 26일 프로 데뷔 후 첫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경기장에는 두 선수의 어머니이자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여자배구대표팀 세터였던 김경희 씨가 찾아왔다.
두 선수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15시즌 NH농협 V리그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전에 나왔다. 쌍둥이 자매인 둘은 지난 9월 11일 열린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전체 1, 2순위로 뽑혔다.
언니 이재영이 흥국생명으로 1라운드 1순위, 동생 이다영이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각각 입었다. 배구공을 처음 손에 잡은 증산초 3학년을 시작으로 경해여중과 선명여고를 거치며 한솥밥을 먹었던 쌍둥이 자매는 이렇게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둘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지난 1라운드에서 맞대결에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이재영은 부상 치료차 재활을 했고 이다영은 잠시 현대건설을 떠나 선명여고 소속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이유로 이재영과 이다영은 이날 2라운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 네트를 마주하고 서로를 상대했다.
어머니 김 씨는 "마음이 편하다"며 "다른 팀이랑 경기를 하게 되면 (이)재영이나 다영이의 소속팀이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 보는데 오늘(26일)은 그렇지 않다. 어느 팀이 이기든 딸이 뛰는 팀이 이기는 게 아니냐"고 웃었다.
이재영과 이다영에게는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가 멘토이자 롤 모델이다. 그러나 선수 출신 어머니의 평가는 후하진 않았다.
어머니는 "아직 둘 다 멀었다"며 다시 웃었다. 그는 "또래 선수들과 비교해 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제 막 프로선수가 됐다. 적응기간이 둘 다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자만하지 말고 선배 언니들이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동생 이다영은 어머니의 현역 시절 포지션과 같은 세터다. 아무래도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신경이 쓰일까. 어머니는 그 질문에 바로 답했다.
김 씨는 "솔직히 그런 부분이 있긴 하다"며 "그러나 재영이가 공격수로 뛰는 걸 보면 대견하고 그렇다"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어머니로서 두 딸이 모두 프로선수가 돼 코트에서 뛰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이기 때문이다. 배구 선배로서도 두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선수 생활을 떠나 가족으로서 둘은 어머니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김 씨는 "둘 다 똑같이 가족들에게 잘한다"며 "누가 잘해주면 그걸 보고 더 잘해주고 그런다. 이렇게 선순환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재영은 선발 레프트로 출전했고 이다영은 염혜선의 백업 세터 역할을 맡으며 1세트부터 코트에 나왔다. 이재영은 이날 프로 데뷔 후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 루크(40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24점을 올렸다. 서브와 후위공격에서 한 점씩을 더올렸다면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언니가 아닌 동생이 마지막에 웃었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에게 세트스코어 3-2(25-23 25-13 22-25 29-31 15-12)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7승2패(승점17)가 되며 이날 경기가 없던 IBK 기업은행(6승3패, 승점17)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현대건설은 승률에서 IBK 기업은행에 앞섰다. 흥국생명은 최근 3연패로 부진에 빠졌고 이날 승점1 획득에 만족해야했다. 4승4패(승점13)로 4위 자리는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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