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효희는 오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IBK 기업은행에서 한국도로공사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검증된 베테랑 세터를 데려온 도로공사는 2014-15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이효희는 부상 암초를 만났다. 그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팀에 뽑혔는데 대회 직전 왼쪽 무릎을 다쳤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이효희는 쉴 수 없었다. 이효희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선구 감독(GS 칼텍스)은 백업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의 출전 시간을 늘리려 했으나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표팀 주포 김연경(페네르바체)과 이다영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결국 이 감독은 이효희 카드를 놓지 못했다.
이효희가 부상 투혼을 발휘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0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이효희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V리그 개막을 맞은 소속팀 도로공사는 고민이 컸다.
무릎이 아픈 이효희는 경기에 나서도 플레이가 마음먹은 대로 안풀렸다. 토스도 불안해졌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도로공사는 시즌 개막 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고 순위표 중간에 머물렀다.
도로공사는 1라운드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17일 안방인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GS 칼텍스와 경기에서는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2, 3, 4세트를 내리 따내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4승3패가 된 도로공사는 승률 5할 고지를 넘어섰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한 중요한 고비를 넘긴 것이다. 이효희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사실 시즌 개막부터 3~4경기를 치를 때까지 정말 잘 안됐다"며 "몸 상태도 너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담도 컸다. 많은 기대를 받고 FA 이적했는데 팀 성적이 바라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였다. 이효희는 "재활과 보강 운동을 꾸준히 했다"며 "몸상태도 예상보다 빨리 좋아져 다행"이라고 웃었다. 특히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로 한 부분이 효과를 봤다.
FA자격을 얻어 함께 도로공사로 온 베테랑 센터 정대영과 함께 '부담을 버리고 즐겁게 코트에서 뛰자'고 결의를 다진 게 효과를 보고 있다. 팀의 주포 니콜(미국)과도 커피를 마시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호흡을 맞추는데 애썼다.
이효희는 "1라운드 초반에는 니콜과 경기 도중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토스나 공격 등 서로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사표시를 거의 안했다. 그런데 니콜이 먼저 '잘 안되는 걸 바로 바로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 니콜과 점점 더 잘 맞아가고 있다"고 웃었다.
이효희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있다. 정대영의 공격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는 "니콜에게만 공격이 너무 몰리는 걸 피해야 한다"고 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도 "니콜이 승부처에서 해줘야 하는 건 맞다"며 "하지만 공격 점유율이 한 쪽으로 쏠리게 되면 좋지 않다. (이)효희의 배분 스타일이 특정 선수에게 몰리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시즌을 치를수록 (정)대영이의 활용도도 점차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승리로 2연승 상승세를 탄 도로공사는 오는 20일 KGC 인삼공사를 상대로 올 시즌 첫 3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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