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포수 엔트리에 대한 고민을 했다. 투수 12명을 기본으로 하고 포수를 2명으로 두는 것, 아니면 포수를 3명 포함시키고 내·외야수 중에서 한 명을 빼는 방안이었다.
류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포수 3명이었다. 베테랑 진갑용과 함께 올 시즌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한 이지영과 백업 포수 이흥련을 모두 엔트리에 넣기로 결정했다.
진갑용은 대구에서 열린 1, 2차전에서는 경기 후반 대타로 나왔다. 그러나 류 감독은 "장원삼이 선발 등판하는 3차전은 (진)갑용이가 함께 손발을 맞춘다"고 예고했다. 류 감독의 공언대로 진갑용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3차전에 선발 포수로 출전했고 교체 없이 끝까지 경기를 뛰었다.
삼성은 이날 팽팽한 접전 끝에 넥센을 3-1로 꺾고 마침내 시리즈 전적에서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선발 장원삼의 6.1이닝 1실점 호투와 안지만-임창용으로 이어진 필승 불펜진의 무실점 마무리를 안방에서 이끈 포수가 바로 진갑용이었다.
류 감독에게 진갑용은 든든함 그 자체다. 류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베테랑 선수가 벤치에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1974년생으로 불혹을 넘긴 진갑용은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만 이번이 10번째다. 박한이와 함께 팀내 최다다.
류 감독은 "(이)지영이와 (이)흥련이도 올 시즌 잘 해줬다"며 "그러나 3차전만 봐도 (진)갑용이는 투수를 리드하는 솜씨가 역시 다르다. 차이가 분명히 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갑용은 정규시즌에서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스프링캠프에서 당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지루한 재활기간을 거쳐야 했다. 올 시즌 막판에야 부상에서 회복,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류 감독은 "있을 때는 몰랐다. 그런데 갑용이가 없다가 팀에 있으니 왜 베테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은 4차전 선발로 J. D. 마틴이 마운드에 오른다. 류 감독은 "마틴은 지영이 또는 갑용이와 함께 손발을 맞출 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선발 마스크의 주인공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내심 결정을 내렸음을 알렸다. 그는 "코치진과 상의를 해서 큰 문제가 없다면 갑용이로 갈 생각"며 "이 참에 50살까지 선수생활을 시켜버릴까도 생각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한편 진갑용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쏠쏠한 방망이 실력도 뽐내고 있다. 많은 타석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5타수 2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공수에서 류 감독을 미소짓게 만드는 베테랑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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