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지난해 문선재는 LG 트윈스가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한 몫을 했다.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7리 4홈런 25타점 8도루를 기록한 것. 개막전부터 1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기회를 부여받았고, 스스로 그 기회를 잘 살린 결과였다. 연봉도 2천500만원에서 무려 200% 상승한 7천500만원이 됐다.
그러나 LG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기대 속에 시작한 올 시즌에는 실망스럽기만 했다. 주로 2군에 머물며 1군에서는 타율 1할5푼(20타수 3안타) 4타점 3도루의 성적에 그쳤다.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문선재 스스로도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문선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LG가 극적으로 정규시즌 4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문선재의 이름이 오른 것. 양상문 감독은 문선재가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그를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문선재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정규시즌 때 너무 한 것이 없어서 포스트시즌에서는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대주자가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곤 지난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 정말로 대주자로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다. LG가 3-2로 앞선 9회초 1사 1루, 한 점이 간절했던 상황이었다. 타석에는 이병규(7번)가 서 있었고, 문선재는 재빨리 스타트를 끊어 2루로 내달렸다. 이병규가 친 타구가 2루수 위로 높이 떴지만 문선재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누가 봐도 문선재의 주루 미스. 더블 아웃이 돼 이닝이 끝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문선재의 실수만큼이나 생각지 못한 플레이가 펼쳐졌다. NC 2루수 박민우가 뒷걸음질을 치다 공을 잡지 못한 것. 그 사이 문선재는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4-2로 앞서는 천금의 점수를 올렸다. 주루 미스가 득점으로 연결된 전화위복의 상황이었다. 경기 후 문선재의 주루는 LG의 승리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실수로 인한 달갑지 않은 주목을 받게 된 문선재. 아직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줄 것이 많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다시 대주자로 나서야 하고, 대타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문선재 스스로도 "시즌 막판 타격감이 좋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뽑아주신 것 같다"고 타격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문선재는 수비에서도 활용폭이 넓은 선수다. 내야는 물론 외야 수비도 가능하다. 여차하면 포수 마스크를 쓸 수도 있다. 지난해 역시 경기 막판 포수로 나서 봉중근과 배터리를 이뤄 경기를 매조지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문선재는 도루 저지까지 성공했다.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 뒤 황당한 주루로 큰 주목을 받은 문선재. 이제는 진짜 야구 실력으로 팀에 보탬이 될 차례다. 아직 보여줄 것은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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