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불펜에서 4개만 던지고 올라갔어요." 지난 19일 마산구장에서는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LG는 1차전애서 13-4로 NC를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런데 1차전 5회말, LG는 예상하지 않았던 긴박한 상황을 맞았다. 당시 4회까지 1실점 호투하던 선발투수 류제국은 5회말 NC 선두타자 모창민을 상대했다. 2구째 던진 공이 손에서 빠져 모창민의 머리쪽을 향했다. 볼은 모창민의 헬멧을 스치는 사구가 됐고, 류제국은 헤드샷 규정에 따라 곧바로 퇴장당했다.
8-1로 앞서고 있어 여유가 있었다지만 LG 벤치로선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류제국이 호투를 하고 있었고 5회였기 때문에 불펜에서 몸을 풀던 선수가 없었다.
류제국의 뒤를 이어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윤지웅이었다. 윤지웅은 "그 때는 나도 좀 당황했다"며 "몸을 풀 시간도 없이 바로 나가야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다른 불펜투수들과 비교해 몸을 푸는 시간이 짧은 편인 윤지웅을 바로 선택했다. 윤지웅은 류제국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아 힘껏 공을 던졌고, 4타자를 상대한 뒤 세 번째 투수 신재웅과 교체돼 물러났다.
윤지웅은 "마지막 타자였던 김종호와 승부가 아쉬웠다"고 했다. 안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선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났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주로 좌완 원포인트 역할을 맡던 윤지웅이 정규시즌과 견줘 좀 더 많은 타자를 상대하며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에 다음 투수 신재웅이 충분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LG가 경기 중반 NC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고 끝까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윤지웅에게도 1차전 등판은 의미가 있었다. 프로 데뷔 후 첫 '가을야구' 등판이라 떨릴 법도 했지만 그는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그는 "포스트시즌 자체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며 웃었다. 윤지웅은 "정말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공고와 동의대를 나온 그는 지난 2011년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했디. 신인 시절 2승을 거두며 좌완 기대주로 자리매김했으나 넥센에서는 한 시즌만 뛰었다.
이택근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할 당시 FA 보상선수로 LG에 선택돼 유니폼을 바꿔 입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적과 동시에 그는 군에 입대(경찰청)했다. LG로 복귀해 뛰는 건 올 시즌이 처음이었다.
윤지웅은 "시즌 막판 팀이 10연전을 치렀던 일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규시즌에서의 좋은 리듬을 준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감독님과 포수를 봤던 최경철 선배가 '공을 낮게 던지는 것만 신경쓰자'고 주문을 해 오히려 집중하기가 좀 더 쉬웠다"고 얘기했다.
윤지웅은 "아직 남아있는 포스트시즌 경기가 많다"며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 길게 던지진 않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윤지웅은 정규시즌 53경기에 나왔다. LG 불펜진에서 유원상(66경기) 신재웅(57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등판이었다. 6홀드(1승2패)에 그쳤지만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릴리프로 제법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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