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긴 기다림은 깊고 큰 만족을 낳았다. LG 트윈스 외국인 선수 스나이더의 방망이가 중요한 시점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스나이더는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6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1도루로 맹활약을 펼쳤다. 양상문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보답하는 활약이었다. LG는 스나이더를 비롯해 16안타를 몰아친 타선을 앞세워 13-4 완승을 거뒀다.
스나이더는 조쉬벨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즌 도중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장타를 펑펑 터뜨려주길 바라던 LG 구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입단 초반 반짝 활약을 펼쳤지만 헤드샷을 당한 이후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올 시즌 스나이더의 성적은 타율 2할1푼에 4홈런 17타점이 전부였다. 37경기밖에 뛰지 못했다고는 해도 기대에 한참 모자라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스나이더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여전히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판단했다. 그리고는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시킨 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팀의 키플레이어로 그를 지목, "홈런 2~3개는 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1차전 선발 라인업에도 스나이더의 이름은 올라 있었다.
1회초, LG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스나이더에게 첫 타석이 돌아왔다. 스나이더는 NC 선발 이재학의 공을 배트 중심에 맞혔지만 아쉽게 타구가 우익수 나성범의 정면으로 향해 아웃되고 말았다. 안타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첫 타석에서의 날카로운 타구는 이날 경기 맹타의 예고편이었다.
두 번째 타석은 3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찾아왔다. 1회말 대거 6득점을 올린 뒤 2회말 나성범에게 솔로포를 허용해 6-1로 추겨당한 상황. 스나이더는 2사 후임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우전안타를 터뜨렸고, 기습적인 2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공이 뒤로 빠지는 사이 3루까지 내달려 살았다. 스나이더의 방망이와 주루 플레이가 만든 2사 3루 찬스에서 김용의의 적시타가 터지며 스나이더가 홈을 밟아 LG는 7-1로 달아나며 NC의 추격에 찬물을 뿌렸다.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터뜨린 스나이더는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으로 출루했고, 8회말 다섯 번째 타석 1사 만루 찬스에서는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수비에서도 스나이더는 1회말 김종호의 깊숙한 타구를 전력질주해 워닝트랙 부근에서 잡아내는 등 제 몫을 다했다.
스나이더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내내 LG 전력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팀 타율(0.279)은 물론 팀 홈런(90개) 최하위에 그친 LG로서는 스나이더의 공격력이 절실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계륵으로 전락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첫 경기부터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양상문 감독의 긴 기다림이 결실을 거두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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