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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BIFF, 봉만대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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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투게더 멘토이자 '한강블루스' 배우로 부산 찾아

[권혜림기자] 봉만대의 이름에 붙는 '에로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참 재밌다. 그 분야에서 지금 봉만대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지닌 한국 감독은 결코 없다. 대단하다면 대단한 입지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비디오 시장의 마지막 활황을 타고, 봉만대는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들였다. 과거 그의 히트작들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입담을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그림이 됐다.

'에로'와 '거장'의 수식 관계를 비틀어보면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거장은 거장인데 장르가 에로다. 에로는 한국 영화계의 주류에서 비껴나 있는 구역이다. 본업이 영화, 꿈도 영화인 봉만대는 한 마디로 '예능 블루칩'이기 전에 '비주류 영화인'이었다. 그가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는지는 봉만대가 걸어 온 영화인의 삶을 간단히 설명한다.

하지만 올해 봉만대는 배우와 멘토, 두 가지 포지션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공식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는 "영화계에 들어온 지 20년 만에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고 했다. 감독과 배우, 작가 등 문화예술계 인물들과 일반 관객이 팀을 이뤄 함께 영화를 보는 시네마투게더의 멘토, 그리고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초청작 '한강블루스'(감독 이무영)의 주연 배우가 올해 영화제를 찾은 그의 역할이다.

영화제가 폐막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 9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프집에서 시네마투게더 관객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그를 만났다. '19금'을 콘셉트로, 그는 10인의 관객과 5~6편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를 관람했다. 지난 9일은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었다. 봉만대는 함께 한 관객들에게 아쉬움 섞인 인사를 전하며 자신이 걸어온 영화 인생을 돌아봤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았어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 초청돼 우디네영화제에 갔을 때, 난생 처음 레드카펫을 밟는 줄 알았는데 핑크카펫이더라고.(웃음) 올해는 배우로서도 초청을 받았는데,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어요. 이것저것 다 한다고, 까분다고 할까봐 걱정했죠. 아내에게도, 지인에게도 결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아티스트 봉만대'는 내 이야기니 망가져도 되는데, 이건 정극의 끝이야'라고 말했고요. 4분이 넘는 롱테이크 신이 끝나고는 숨을 못쉬었어요. 원래는 올해도 변방에 있어야 하는데, 초청을 받게 됐네요."

조감독 시절을 떠올리면서는 "10~15년 간 친구가 없었다"며 "아내가 '오빠는 왜 친구가 없어?'라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꿈을 이루기 전엔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며 "'나중에 내 친구들이 보이게 되겠지'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은, 봉만대로선 그 나름의 '꿈'에 가까워진 경험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가 지난 1월에 시네마투게더 멘토 역할을 제의했어요. 그게 뭔지도 몰랐으면서 '나를 불러준다고?' 싶어 무조건 하겠다고 했지. 전엔 부산에 와서 친한 감독을 만나러 파티에 갈 때도 왠지 손님인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면, 이번엔 아들과 아내를 다 오게 했어요. 아홉 살 아들을 데리고 '한강블루스'를 보는데, 웃기지도 않는 장면에서 아들이 내가 나오면 무조건 웃더라고."

창문을 열면 자동차 바퀴가 보이는 지하방에 살 때도, 보일러가 없는 방에서 머리를 빨리 감으려 겨울엔 늘 머리카락을 빡빡 깎아야 했을 때도, 봉만대는 영화판을 등지지 않았다. "위기는 너무 많았지만, 절대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이유는 단 하나, "꿈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한 날 다시 꿈을 꿨어요. 큰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었지만, 서울이 나의 최종 목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어디든 좋으니 나의 이야기를 들고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어처럼 다시 돌아가더라도, 사람들이 아예 알아봐주지 않는 언더 세계에서라도요. 밀려날 때쯤 되면 내 고향, 내 언더의 시절로, 내 이야기로 돌아가지 않을까 해요. 어디서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게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덤덤한 얼굴이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본다. 출연 프로그램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내심 그를 야망 넘치는 엔터테이너로 여긴 적이 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에로 거장'이든 배우든 방송인이든, 관객과 만남을 진심으로 행복해하던 그의 모습에서 그저 꿈에 가까워지고 싶은 청년의 얼굴을 읽었다.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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