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어차피 서로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이 이란과 맞대결을 벌인다. 결승 전초전 격이다.
한국과 이란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배구 결승에서 맞붙을 유력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결승전은 오는 10월 3일 열릴 예정인데 이에 앞서 29일 오후 송림체육관에서 치러지는 8강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은 먼저 만나 자웅을 겨뤄보게 됐다.
박기원 감독은 이날 이란전에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결승전 상대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날 맞대결을 최종 점검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박 감독은 28일 열린 8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 인도전이 끝난 뒤 "이란은 무엇을 잘 할까?"라며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실력 차이가 난다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일단 서브가 우리보다 뛰어나다"며 "블로킹, 공격, 수비, 리시브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1~2% 앞선다. 이란이 세계랭킹에서 6, 7위 수준이고 우리는 20위권이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란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안방 대회에서 가만히 앉아 당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란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냈다. 아시아경기대회에 앞서 열린 2014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파이널 6까지 진출했다.
당초 이란은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는 세계선수권에 나섰던 멤버 중 많아야 7명 정도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대회 출전 엔트리 12명 중 11명을 세계선수권에서 뛰었던 선수들로 구성했다. 아시아경기대회 첫 금메달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박 감독은 "이란전은 위험부담을 안고 뛸 수밖에 없는 경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8강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이 이란에 패한다고 해도 준준결승 진출에 큰 영향은 없다. 그러나 패를 안고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8강 또는 4강에서 걸끄러운 상대인 일본 또는 중국과 먼저 만날 가능성이 높다.
전력 열세를 감안할 때 공격과 수비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감독은 "강서브로 상대에게 맞불을 놓는다고 하면 범실이 나올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블로킹 전략도 한 쪽은 과감하게 버려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란과 경기는 위험부담을 안고 경기를 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이란전은 탐색전으로 치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이번이 마지막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안 되면 아끼고,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면 밀어붙일 생각"이라며 "전력을 숨기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이란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란배구를 아시아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당사자가 박 감독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박 감독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이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었다. 당시 이란은 아시아경기대회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또한 현재 이란대표팀 주전 세터로 활약 중인 마루프를 발굴해냈다.
박 감독은 "당시에도 이란은 잠재력이 큰 팀이었다"며 "예상보다 팀 전력의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고 했다. 그는 "결승전은 아니지만 경기는 지려고 나서는 게 아니지 않는가.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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