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08년 5월31일은 한국 축구사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약체로 불리는 요르단과 경기를 치렀다. 장소는 한국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다. 한국은 2골을 먼저 넣으며 여유를 부리다 2골을 내주고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약체인 요르단과, 그것도 홈에서 무승부를 거둠으로써 '상암 참사'라 불리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한국 축구는 새로운 '별'의 탄생을 지켜봤다. '상암 참사' 속에서도 유독 빛난 별, 바로 이청용이었다. 당시 FC서울 소속이었던 이청용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이청용은 1도움을 올리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태극마크 데뷔전에서 이렇게 인상적인 활약을 한 이가 또 있었을까.
특히 당대 최고의 윙어였던 설기현과의 경쟁에서 이겨 선발로 나선 이청용이었다. 이 경기로 인해 한국의 오른쪽 날개는 '이청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누구도 오른쪽 날개 자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이후 이청용은 승승장구했다. 2009년 FC서울에서 잉글랜드 볼턴으로 이적하며 자신의 가치를 올렸다. 그리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 대표로 나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행에 앞장섰다. 2011년 톰 밀러의 살인태클로 인해 부상을 당해 오랜 공백도 있었지만 다시 예전 기량으로 돌아왔다. 박지성이 대표팀을 떠난 후 명실상부 대표팀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이청용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청용이 이상하다. 대표팀 '에이스'의 위용이 보이지 않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특히 그랬다. 팬들이 기대했던 이청용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강렬했던 이청용의 모습은 없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이 고개를 숙이자 한국 대표팀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청용의 '시련'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은 이미 지나갔다. 이청용의 시련도 이미 지나갔다. 시련이 지나가면 다시 희망이 찾아오는 법이다. 시련을 통해 성장하는 법이다. 한국 축구는 브라질 월드컵 이후 다시 시작한다는 모토를 품었다. 이제 이청용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A매치 데뷔전 때의 초심과 강렬함을 기억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베네수엘라전. 이청용이 다시 시작하는 무대다. 공교롭게도 새롭게 출발하는 무대에서 이청용은 새로운 임무를 맡았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이청용은 오른쪽 날개 전담이었다. 그런데 이번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중앙으로 위치를 이동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이청용의 출발점에서 좋은 일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무대에서 새로운 역할은 설렘과 함께 새로운 의지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청용은 새로운 도전 앞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청용은 "대표팀에서는 처음 하는 역할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공격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임시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신태용 코치 역시 이청용의 능력과 재능을 믿기에 그를 중앙에 배치시켰다. 이청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변화였다. 더욱 공격적인 전술을 위해, 이청용의 공격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선택한 것이다.
또, 이청용은 새로운 대표팀의 '주장'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동료들의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부진했지만 이청용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가치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일시적인 부진이었고, 다시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된 주장 선임이다.
2008년 대표팀에 입문해 어느새 A매치 58경기를 뛴 이청용. 59번째 A매치에 나선다. 데뷔전 때처럼 영원히 잊지 못하는 A매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청용이 새롭게 출발하는 첫 번째 A매치이기 때문이다. 이청용이 살아나야 한국 축구 대표팀도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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