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데 감독이 없다. 선장 없이 배가 출항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선장 없이 배가 출항하려니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신태용 코치 체제하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힘을 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배를 지휘하고 배를 책임지는 선장의 부재를 극복해내는 것이 축구대표팀의 이번 A매치 2연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을 치른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경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패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A매치다. 신태용 코치는 "축구팬들에게 한국 축구가 다시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한국 축구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포한 이유다.
그리고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이 예상되는 경기다.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이동한 이청용의 활약 역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성룡과 김승규가 빠진 골키퍼 주전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도 이번 베네수엘라전 관전 포인트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경기, 그 중 가장 큰 의미는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선장이 분명 이 경기를 본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대표팀의 새로운 선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다.
그렇다면 새 외인 선장이 매혹될 만한 한국 대표팀의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 한국 대표팀은 외인 선장이 반할 만한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내야 한다. 외인 선장에게 희망과 가능성 그리고 미래를 제시해야 하고, 외인 선장이 한국 대표팀의 매력에 이끌려 믿음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상 이번 A매치 2연전은 슈틸리케 감독이 바라보는 가운데 치르는 '시험'과도 같은 경기다.
외인 선장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파부침선(破釜沈船)'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 즉 전쟁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사의 의지를 다진다는 의미다.
한국 대표팀 만이 표출할 수 있는 특유의 힘이 있다. 투혼, 투지, 그리고 하나 된 조직력을 보인다면 슈틸리케 감독도 큰 희망을 볼 것이다. 브라질월드컵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나 크게 파손된 배라도 외인 선장은 미래를 바라보며 한국대표팀이라는 배에 올라 '키'를 잡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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