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의 안방마님, 박동원!' 박동원(넥센 히어로즈)이 타석에 설 때마다 넥센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응원구호가 나온다. 말 그대로 박동원은 최근 팀의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한 선수의 마음은 조금은 복잡하다. 후배가 자리를 잘 잡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쁘긴 하지만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주전 포수였던 허도환 얘기다.
허도환은 박동원이 선발 마스크를 쓰기 전까지 넥센 안방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 허도환이 먼저 나가고 박동원이 뒤를 받치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반대다. 허도환이 백업 포수로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일이 많아졌다.
허도환이 가장 최근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건 올스타 휴식기 이전인 지난 7월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이다. 허도환이 주전 자리를 내준 데는 이유가 있다. 부상 때문이다.
그는 시즌 개막 초반이던 지난 4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던 도중 허리를 삐끗했다. 그 바람에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시즌 초반 3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점점 하락세를 타더니 어느덧 2할대 초반(2할2푼4리)으로 떨어졌다.
넥센은 허도환이 부상과 부진에 빠지자 포수를 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선수 비니 로티노에게 안방을 맡기기도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퓨처스(2군)리그 생활을 했던 임태준도 1군에 콜업돼 데뷔 무대를 가졌다. 당연히 박동원에게는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허도환은 허리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최근 장염까지 덜컥 걸리는 통에 경기에 나서는 횟수가 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박)동원이가 잘해주고 있고 팀 성적도 좋아 정말 다행"이라고 넉살 좋은 미소로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이 내게는 많은 걸 느끼고 배우게 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허도환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군에서 전역해 팀에 복귀한 박동원을 주전으로 기용하겠다"고 얘기했다. 포수 자원으로 SK 와이번스에서 영입한 최경철을 LG 트윈스로 보낸 이유도 박동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경험이 문제였다. 박동원과 견줘 1군에서 뛴 시간이 더 많은 허도환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울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자리에 안주한다는 지적도 따라왔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박동원은 주전 기회를 잡자 최근 타격감도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5일 SK전에서는 상대 추격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까지 날리는 등 깨소금 활약을 보였다. 1할대가 안되던 타율도 이제는 2할2푼4리까지 올라갔다.
허도환은 "선발멤버에서 빠진다고 해도 괜찮다"며 "동원이가 잘하니까 나 또한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개인 출전 기회나 기록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 아니겠냐"고 웃었다.
박동원이 현재 선발로 자주 나서고 있지만 넥센의 안방마님 자리가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다. 박동원도 올 시즌 부진했을 때는 1군 엔트리에서 빠지기도 했다. 염 감독의 노림수는 포지션 경쟁에 따른 시너지 효과다. 허도환과 박동원이 서로를 계속 자극하며 기량이 동반상승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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