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4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 패했다. 그래서 연승행진이 5경기에서 멈췄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와 치른 주중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아 NC 다이노스와 2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넥센은 롯데와 3연전에서 선발투수 매치업에서는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가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송승준 등 1~3선발을 모두 내세웠으나 넥센은 김대우, 문성현, 소사가 선발 등판해 비교가 됐다. 여기에 롯데는 넥센을 만나기 전 NC에게 스윕승을 거두는 등 5연승으로 대단한 상승세였다. 승부의 무게 중심이 롯데 쪽으로 쏠릴 것 같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넥센의 싹쓸이 승리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연승 요인으로 "선수들이 경기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넥센은 롯데와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선취점을 내줬으나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김대우, 문성현 등이 마운드에서 제몫을 해줬고 서건창, 이택근, 강정호, 김민성 등 타선도 매끄럽게 돌아갔다.
그리고 염 감독이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안방마님 허도환도 연승을 달릴 수 있게 한 숨은 공로자다. 허도환은 롯데와 3연전에서 매경기 안타를 쳤다. 순도도 높았다. 1일 경기에서는 1-2로 끌려가고 있던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유먼을 동점 솔로포(시즌 2호)로 두들겼다. 허도환의 한 방을 시작으로 넥센은 5점을 몰아내며 '빅이닝'을 만들어 역전했다.
넥센은 다음날도 0-2로 끌려가던 2회말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4점을 뽑는 과정에서 허도환도 적시타 하나를 쳤다.
3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롯데가 1회초 4점을 뽑으며 '장군'을 부르자 넥센도 곧바로 1회말 5점을 내 '멍군'을 불렀다. 허도환은 3-4로 바짝 쫓아간 상황에서 롯데의 힘을 빼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렸다.
허도환은 강민호(롯데)나 이재원(SK 와이번스)과 같은 공격형 포수는 아니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통산 타율은 2할1푼1리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방망이를 제법 매섭게 돌렸고 한동안 3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수비에 초점을 둔 포지션 특성상 타율 관리는 언감생심.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하락세를 탄 방망이가 너무 안맞았다. 허도환은 "솔직히 좀 답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투수 리드와 수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타석에서 자신이 득점 기회를 자주 끊고 있다는 사실에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마음이 급해졌다.
허도환은 허문회 타격코치를 비롯해 김동수 배터리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두 코치는 허도환에게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치님 말을 듣고 곰곰이 따져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선수가 생각없는 플레이를 할 순 없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오기도 생겼다. 롯데와 3연전 마지막날 1회말 타석이 그랬다. 당시 롯데 선발 송승준은 비니 로티노 타석에서 볼카운트가 몰리자 고의4구성 볼넷을 내줬다. 부담이 덜한 다음 타자 허도환을 상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대기타석에서 로티노가 걸어나가는 장면을 보고 오히려 '잘됐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허도환은 자신을 선택한 롯데 배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적시 안타를 쳤다.
허도환이 경계해야 하는 건 매너리즘이다. 그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넥센 벤치는 주전 포수 허도환 대신 박동원, 임태준 그리고 로티노까지 종종 안방마님으로 기용한다. 허도환에 대한 일종의 자극제다.
허도환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줄이면서 기회가 왔을 때 안타도 치고 타점도 올리겠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4일 현재 160타수 37안타(타율 2할3푼1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홈런 2개에 2루타도 7개나 쳐 장타력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 넉살 좋은 허도환은 "홈런이 된 타구는 운이 좋아서 담장을 넘어갔을 뿐"이라고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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