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농구대표팀 유재학호가 서서히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물음표지만 한국형 농구 구축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와의 5차 평가전에서 70-71로 패했다. 버저비터를 얻어 맞으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그렇지만 유 감독이 구상하는 농구 스타일은 어느 정도 녹아들었음을 확인한 경기였다.
초점은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8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은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상대가 모두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팀들이다. 한 조에 묶인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앙골라, 멕시코, 호주는 어느 팀 할 것 없이 한국보다 전력이 우위에 있다.
월드컵은 한국에 감사한 대회다. 현실적인 목표가 아시안게임 메달권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리허설 무대가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이란, 중국 등 신장과 힘을 앞세운 팀들을 만나기 전에 더 좋은 조건을 가진 팀들을 상대로 한계를 확인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유재학 감독은 냉정하게 "한국은 체격 조건, 힘, 기술 모든 면에서 열세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체력을 앞세운 수비다"라고 강팀들을 상대하는 기본 전략 구상을 밝혔다.
수비는 기동력이 좋은 한국에는 중요한 승부수다. 40분 내내 같은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만 3~4쿼터에 상대를 질리게 만들 수 있는 요긴한 전술이다. 뉴질랜드와의 이번 홈 1, 2차전에서 이런 전략은 통했다. 전반에 슛 감각을 찾지 못하거나 수비에서의 위치 선정 실패로 실점하는 등 흔들렸지만 근소한 점수차를 유지하며 후반에 승부수를 띄웠는데 통했다.
유 감독은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팀 진영에서 승부를 보라고 지시한다. 상대가 위치를 잡기 전에 속공을 시도해 성공한다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비시에는 더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무한 체력이 아니면 쉽지 않은 공수 전술이다. 12명이 골고루 뛰는 희생정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일단 득점에서는 조성민과 문태종의 외곽포가 확실하다. 한 명이 부진하면 다른 한 명이 터지기만 해도 된다. 가드 역시 양동근, 김태술, 김선형 등이 돌아가며 경기를 운영한다. 양동근의 노련함과 김태술의 시야, 김선형의 돌파 등도 상대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문제는 높이다. 대학생 이종현은 뉴질랜드전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의 마크를 놓쳐 슛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종규는 그나마 상대의 슛을 블록하는 등 힘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세근은 집중력을 살려 리바운드 수확에 충실했지만 개인이 아닌 전체로 확장하면 상대의 힘에 밀리는 기색이다.
유 감독은 "이종현과 김종규은 상대방의 투맨 게임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좀 더 바짝 붙어서 수비를 해야 한다"라며 더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했다.
약점이 있어도 팀플레이로 보완하면 된다. 유 감독은 12명의 엔트리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대관중속에서 치른 경기를 통해 태극마크의 가치를 알았을 것이라며 한국 특유의 힘이 발휘될 것으로 믿었다. 유 감독은 "뉴질랜드전을 통해 많이 배웠다. 전술적으로 다양한 준비를 하겠다"라며 월드컵을 통해 더 강력해져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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