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30일 사직구장. 두산과의 정규시즌 11차전을 앞둔 롯데 덕아웃 분위기는 무거웠다. 선수들 얼굴에 미소는 사라졌고, 김시진 감독의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 캐치볼을 하며 애써 웃음짓는 강민호의 모습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아무래도 전날 2-12 대패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후반기 들어 1승6패 슬럼프에 빠진 롯데다.
상대적으로 두산 덕아웃의 분위기는 밝았다. 전날 일본 가고시마의 특산물인 고구마 카스테라를 한 개씩 취재진에 나눠준 송일수 감독은 이날은 도쿄의 명물 바나나빵을 권하며 또 한 번 좋은 결과를 희망했다. "아예 한 박스씩 돌리면 우승도 하시겠다"는 농담에 그는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하자 분위기는 묘하게 흘렀다. 흐름상 두산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던 전망이 경기 전까지만 해도 우세했지만 정작 플레이볼이 선언되자 롯데가 주도권을 잡았다.
1회말 정훈의 중전안타와 전준우의 내야땅볼, 최준석의 유격수 깊숙한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얻은 롯데는 1-0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유지하던 5회 귀중한 2점을 추가했다. 선두 박기혁이 좌중간 2루타로 분위기를 살리자 후속 하준호 역시 두산 선발 유희관으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쳐냈다.
정훈의 몸맞는 공과 전준우의 2루수 내야안타로 잡은 무사 만루에선 박종윤의 1루수 땅볼 때 타자주자 전준우와 홈으로 쇄도던 3루주자 하준호가 순차적으로 아웃됐다. 하지만 찬스가 날아갈 뻔한 2사 1,3루 위기에서 최준석의 중전안타 떄 정훈이 홈을 밟아 귀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불안한 3점차 리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선발 장원준 덕분이었다. 롯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 중 하나인 장원준은 7이닝 동안 114구 역투를 펼치며 3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달아오른 두산 타선은 장원준의 피칭에 좀처럼 손을 쓰지 못하며 2, 3, 4, 7회 삼자범퇴로 공격을 끝내야 했다.
두산으로선 1회초 공격이 아쉬웠다. 선두 민병헌이 좌전안타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오재원이 4-6-3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고, 김현수의 볼넷과 폭투로 만들어진 득점권에선 칸투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선취점을 얻지 못한 두산은 곧바로 이어진 1회말 롯데에 먼저 1점을 헌납했고, 이후 경기 내내 장원준의 투구에 말려들었다.
이날 장원준은 137∼144㎞의 패스트볼을 정확한 코너워크로 연결했고,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고루 섞어 던지며 두산 힘있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포피치 투수로서 롯데 마운드의 기둥은 자신임을 후회 없이 부여준 경기였다. 전날 대패의 악몽을 장원준이 말끔히 씻어준 셈이다.
롯데는 장원준에 이어 8회 정대현, 강영식을 투입해 두산 타선의 추격을 1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에는 김승회가 투입돼 경기를 끝냈다. 롯데가 3-1로 승리하면서 승리투수 장원준은 8승째를 챙겼다.
두산은 선발 유희관이 5.1이닝 9피안타 3실점으로 그런대로 선방했지만 전날 20안타를 퍼부은 타선이 이날은 빈공에 그쳐 2경기 연속 적지에서 승리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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