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겠죠."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강수일(27)은 최근 남다른 골 감각을 과시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브라질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뒤 치른 5경기(FA컵 포함)에서 강수일은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부상병동 포항의 한 줄기 빛이 됐다.
덕분에 25일 열리는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의 '팀 박지성'에 추천 선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혼혈' 선수라는 특징에 이런저런 화제를 몰고 다니니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항 관계자는 "강수일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스스로 사양하는 경우도 있고 조절을 하더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일 것이다"라며 높아진 관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3일 '친정'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도 강수일은 선발로 출전했다. 강수일에게는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2007년 인천에 입단해 2008년 2군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2009년에야 한 시즌을 1군에서 온전히 보냈고 3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나름 재능을 보여줬지만 꾸준하지 못한 기량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후 강수일은 경기 외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고 많은 기회를 얻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활약에 그쳤다. 한 번 골을 넣고나면 2~3개월이 지나서야 다음 골을 넣는 등 꾸준하지 못했다.
강수일의 최근 변화를 본 인천 김봉길 감독은 "정말 재능이 있는 친구다. 예의도 바르고 때가 되면 전화가 와서 안부도 묻는다. 인천 시절에는 골만 넣으면 좋은 공격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잘 되니 다행이다"라고 칭찬했다.
외부의 칭찬과 달리 최고 공격수 출신의 황선홍 감독은 강수일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황 감독은 "친정팀이라고 더 흥분해서 뛰면 안된다. 냉정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괜히 승리를 만들어보겠다고 체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뛰다가 전체 균형을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수일은 전반 27분 미드필드 오른쪽 측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인천 골키퍼 권정혁을 놀라게 했다. 너른 시야와 여유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슈팅이었다. 이타적인 플레이도 빛나 동료들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 됐지만 강수일은 나름의 역할을 했다.
그래도 황선홍 감독은 냉정했다. 황 감독은 평소 좋은 공격수의 조건으로 ▲슬럼프가 없는 꾸준함이 있어야 하며 ▲2~3경기에 1골 정도는 넣어줘야 하고 ▲수비의 압박을 스스로 이겨낼 방법을 연구하고 ▲동료와 좋은 호흡으로 도움도 해줘야 하며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들을 나열해 왔다. 황 감독의 기준대로라면 강수일은 아직까지 정상급 공격수 대열에 합류한 것은 아니다.
황 감독은 "강수일은 매 경기 시험을 치른다고 보면 된다"라며 "정신적인 컨트롤이 가능해야 한다. 조금만 냉정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상대가 친정팀이든 꼭 이기고 싶은 팀이든 간에 팀 플레이에 융화되면서 공격수의 역할인 골을 넣으라는 의미다. 출전 경기수가 많아진 강수일이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가 남은 시즌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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