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조용히 작품 하나를 만들고 있다. 톡톡 튀는 공격수 강수일(27)의 성장이다.
강수일은 지난 4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1년 임대로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2군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강수일은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공격수다.
하지만, 축구 실력보다는 '혼혈' 선수라는 배경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강수일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포항 임대 초기 황선홍 감독도 강수일의 이런 배경을 걱정했다. 주변의 괜한 호기심어린 시선이 강수일의 축구에 대한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강수일은 외모로 인해 문제를 겪은 사례가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강수일은 스스로 인내하며 버티는 노력을 했다. 황 감독은 강수일에게 오직 공격수의 자질만을 교육하며 거친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데 주력했다. 임대 후 두 번째 경기였던 4월 9일 경남FC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칭찬보다는 더 분발하라며 채찍을 가했다. 강수일이 전방에서 너무 볼을 끌어 포항의 팀 컬러와 맞지 않은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팀 연습에서도 이런 부분을 집중 조련했다. 황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강수일에게 요구한 것도 패스였다. 빨리 패스하고 전방으로 움직이라는 주문이 계속 쏟아졌다.
강수일도 이를 받아들여 팀에 녹아들기 위해 개인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훈련장에 먼저 나와 몸을 풀고 훈련 종료 뒤에도 따로 개인 훈련에 나섰다. 포항 선수들과 인연이 깊지 않아도 항상 먼저 인사하는 등 특유의 쾌활함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포항 최선참인 황지수는 "강수일을 볼 때마다 재미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과도 스스럼 없이 잘 지내는 것 같다. 얌전한 선수들이 많은 포항에서는 튀기는 하지만 융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니 괜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에 빠져드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강수일은 여전히 팀 골키퍼가 볼을 잡아 킥을 하면 손을 든다. 자신의 방향으로 볼을 보내라는 신호다. 포항 관계자는 "시즌 초나 지금이나 이런 행동은 똑같다. 자신이 공중볼 경합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노력의 결실은 지난 12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와 16일 FC서울과의 FA컵 16강전에서 나왔다. 울산전에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패스로 2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2-0 승리에 일조했다. 서울전에서는 연장 후반 종료직전 김형일의 헤딩 패스를 받아 끈기있게 슈팅으로 연결해 2-2를 만들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가는 주역이 됐다. 이타적인 플레이에 눈을 떴고, 또 승부 근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는 장면들이었다.
당분간 강수일은 중용될 수밖에 없다. 조찬호와 고무열 모두 부상이라 측면에서 흔들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황 감독은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다만, 문제점이 있는 부분을 지적하면 고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런 점이 보기 좋은 것 같다"라며 더 실력 발휘를 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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