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팀을 위해 희생을 택한 김형일(포항 스틸러스)이 황선홍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포항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FA컵 16강 FC서울과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의 활약을 한 중앙 수비수 김형일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아쉽게 패했지만 포항으로서는 소득도 있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후보급 선수들의 활약에 희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중앙 수비수 김형일의 맹활약은 패배 속 기분 좋은 일이었다.
중앙 수비수인 김형일은 지난해까지 상주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포항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가 부재한 사이 포항은 김원일-김광석으로 수비진 체제가 굳어졌고, 배슬기라는 젊은 자원도 그의 자리를 위협했다.
설 자리가 없어진 김형일에게는 해외 이적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팀내 최고 연봉자 중 한 명이라 지출을 줄여야 하는 포항으로서는 무조건 김형일을 이적시켜야 했다.
하지만, 김형일은 포항 잔류를 선택했다. 자신의 연봉을 줄여가면서 포항에 남아 헌신을 약속했다. 황 감독은 지난 몇 시즌 동안 굳혀온 수비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김형일을 후보로 돌렸다.
그럼에도 김형일은 잘 참아냈다. 황 감독은 김형일을 정규리그에는 1경기만 출전시켰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몇 차례 투입했다. 그래도 김형일은 제 위치를 지키는데 주력했다.
김형일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언제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준비했다. 마침 이날 경기 전반 39분 김원일이 부상을 당하면서 김형일은 다소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됐다.
골 넣는 수비수이기도 한 김형일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후반 11분 일을 저질렀다. 김승대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가로지르기한 것을 페널티지역 후방에서 뛰어들어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나온 귀중한 골이었다. 양 팀 사령탑 모두 이날 한 골 승부를 예측했는데 김형일은 선제골을 넣으며 황 감독을 웃게 했다. 게다가 수비에서는 상대 결정적인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는 등 혼신을 다하는 투지를 보여줬다.
김형일은 또 한 차례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연장전 후반 서울에 한 골을 내줘 패색이 짙던 연장 종료 직전, 강수일이 2-2 동점을 만드는 골에 헤딩으로 도움을 해내며 팀을 기사회생 시켰다. 언제든지 뛸 준비를 한 김형일이 아니었다면 승부차기까지 갈 수 없었던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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