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둔 뒤 K리그 활성화는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승강제를 실시하는 등 제도 개선이 유럽 빅리그처럼 이어지고 있지만 관중몰이에 있어서는 여전히 낙제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악조건 상황에서도 이근호(상주 상무), 김신욱, 김승규(이상 울산 현대) 등 K리그에서 꾸준히 뛰었던 이들이 월드컵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대표팀의 뿌리가 튼튼해지려면 K리그가 강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올스타전인 'K리그 올스타 with TEAM 박지성'을 앞두고 17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에 참석한 박지성, 이영표(이상 은퇴), 차두리(FC서울)도 K리그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입을 모았다.
세 명 모두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영표는 K리그에서 뛰가가 해외로 진출했고 반대로 차두리는 해외 리그를 경험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이들은 K리그 발전을 위해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월드컵에서 KBS(한국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줬던 이영표는 "월드컵에서 지상파 3사가 열정적으로 중계를 했다. K리그로 열정이 옮겨졌기를 바란다"라며 K리그 중계 활성화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KBS에 중계를 늘리라는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표는 KBS와 5년 계약을 맺으면서 K리그 중계 비중을 늘리라는 조건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KBS가 앞으로 K리그 중계를 늘리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실망스러울 것이다"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박지성은 K리그만의 특색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표팀의 부진을 예로 들며 "대표팀이 더 강해지려면 K리그가 더 활성화되어 좋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 많은 팬이 찾아 오도록 경기가 좀 더 재미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축구 템포나 실력이 (축구 선진국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리그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다"라며 리그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무작정 해외 리그의 좋은 점만 차용하지 말라고도 지적했다. 박지성은 "해외 리그의 장점만 가지고 오지 말기를 바란다. 해외 리그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었다. 우리는 역사가 짧다. 지금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다. 제대로 계획을 갖고 우리만의 축구 문화와 고정된 팬층을 확보해 어떻게 리그를 이끌어 나갈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K리그에 몸담고 있는 차두리는 조금 조심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잊지 않았다. 전날(16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16강전을 예로 들며 "포항에서 올스타가 1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숨은 인재가 많다.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질책과 칭찬을 동시에 해야 선수들이 단단해진다. 4년 뒤 월드컵에서 더 잘 되려면 K리그가 반드시 잘 돼야 한다"라고 팬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행정적인 혼선도 없기를 기원했다.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는 차두리는 "선수들이 해야 할 것들은 다 보여준 것 같다. 나머지는 팬들과 구단과 연맹, 협회의 몫이다. 서로 양보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거나 퇴보할 것이다"라며 합리적인 정책 집행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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