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주심의 호각이 울리고 전광판에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30, 바이에른 뮌헨)이 보이자 6만8034명의 관중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자국 대표팀에 야유를 보내던 브라질 관중도 로번에게 만큼은 존경의 자세를 보였다.
네덜란드는 13일(한국시간)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3-4위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자국 월드컵 출전 사상 무패로 마감하는 기록도 얻었다.
의미있는 기록의 선봉에는 로번이 있었다. 돌파력과 빠른 슈팅이 장기인 로번은 이날도 거침없이 공간을 파고들며 브라질 수비진을 당황시켰다. '다이버'라는 타 팀의 불편한 시선도 있지만 워낙 속도감이 있는 측면 공격수라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도 로번은 한 건을 톡톡히 했다. 전반 3분 티아구 실바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위치가 페널티지역 밖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주심이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키커로 나선 로빈 판 페르시가 성공시키며 손쉽게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로번은 경기 내내 시원한 드리블 돌파를 보여줬다. 브라질 수비진은 로번의 돌파에 애를 먹었다. 코스타리카와 8강전, 아르헨티나와 4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벌인 선수가 맞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한쪽 측면이 살아있으니 공격 전지역이 활발할 수 밖에 없었다.
로번의 움직임은 기록으로도 나타났다. 최고 속력 32.2km/h로 지치지 않았다. 이동 거리도 10.253㎞ 많은 거리를 뛰었다. 이날 양팀이 전체적으로 이전 경기들과 달리 20km 이상 적게 뛰었지만 로번은 똑같이 뛰어 더욱 돋보였다.
월드컵 전체를 봐도 훌륭한 기록이다. 7경기에서 690분, 79.309㎞ 소화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32개국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이 뛰었다. 머리가 벗겨져 '노안' 소리를 듣고 있지만 움직임은 전혀 달랐다. 당연히 브라질전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는 등 최고로 인정 받았다.
로번 없는 네덜란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근면함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체력 관리만 잘 한다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마지막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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