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독일은 너무나 냉정했다. 잘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경기를 조율하며 브라질을 압도했다.
독일은 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7-1 대승을 거두고 2002 한일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그야말로 독일의 침착함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영리한 경기운영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독일은 이번 대회 들어 그동안 해왔던 빠른 패스와 활동량에 기반을 둔 축구에서 터프한 그들 고유의 축구로 돌아와 전반 15분을 소화했다.
전반 15분까지는 볼 점유율에서 65%-35%로 브라질이 앞섰다. 파울이 독일이 약간 더 많을 정도로 입때껏 이번 월드컵에서 해왔던 서로의 경기 스타일을 뒤집는 플레이가 펼쳐졌다.
하지만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독일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움직였다. 전반 11분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는 오른쪽에서 연결된 토니 크루스(바이에른 뮌헨)의 코너킥을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며 선제골을 넣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라치오)가 수비 네 명을 가까운 포스트 쪽으로 끌고 간 결과였다.
당황한 브라질은 이후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 공간을 점유한 독일에 패스가 끊기기 다반사였다. 5만8천여 홈 관중의 열광적 성원을 받은 것이 브라질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심리적으로 큰 압박이 된 듯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브라질은 23분 클로제, 24분과 26분 크루스에게 순식간에 연속 골을 허용하며 전의를 상실했다. 29분 사미 케디라(레알 마드리드)의 5번째 골은 무너진 브라질에 대한 확인 사살에 가까웠다.
독일은 먼저 골을 넣고도 만족하지 않고 브라질을 계속 몰아붙였다. 브라질은 공수의 리더인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 티아구 실바(파리 생제르맹)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 공백이 너무나 컸다. 실점한 뒤 누구도 말을 건네지 못하고 패스를 회피하거나 볼을 안전하게 돌리기에 바쁜 브라질 답지않은 축구를 했다.
물론 브라질도 반격 기회는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패스와 활동량이 좋은 하미레스(첼시)의 투입으로 공격의 유연성이 살아났는데 이것이 독일을 더욱 결집시키는 효과로 반작용했다.
후반 13분 독일의 조커로 투입된 안드레 쉬얼레가 24분, 34분 두 골을 몰아치며 브라질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이기고 있어도 절대로 공격 속도를 떨어트리지 않고 '닥공'을 유지한 독일의 냉정한 선택이 너무나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가 브라질의 오스카(첼시)에게 종료 직전 골을 허용한 뒤 무실점으로 끝내지 못한 점에 대해 화를 내는 행동을 보인 데서 독일이 얼마나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끝까지 살아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독일은 역대 월드컵 준결승 사상 최다 골 및 최다 점수차 승리 기록을 새로 썼다.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미국을 6-1, 우루과이가 유고슬라비아를 6-1로 꺾었다. 또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6-1로 누른 바 있다. 이번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이 브라질을 제물로 7골 및 6골차 승리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독일의 일관된 공격 의지가 만든 점수였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