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쓴 독일의 힘은 무엇일까.
독일이 5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마라카낭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전반 12분 터진 마츠 후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독일은 2002 한일월드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2006 독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3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역시 준결승에 진출해 최소 4위를 확보하면서 월드컵 사상 첫 4개 대회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며 축구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전은 쉽지 않았다. 독일은 감기 증세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선수가 7명이나 됐다. 알제리와의 16강전에서 연장 승부를 치러 체력까지 떨어지는 등 프랑스와 비교하면 불리한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워낙 탄탄한 전력의 독일은 기본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선수 개개인이 지닌 신체조건이 우수했다.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상대를 힘으로 눌러왓고 프랑스전에서도 이는 통했다. 공중볼 경합에서는 독일의 우위였다. 프랑스가 무려 24차례나 가로지르기(크로스)를 시도했지만 한 번도 골로 연결되지 않고 무위에 그쳤다. 모두 독일에 차단 당했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프랑스는 스피드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 역시 통하지 않았다. 몸을 던지는 수비를 불사하는 독일의 힘 넘치는 수비에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독일 축구는 짧은 패스 비율이 높아지며 특유의 투박한 축구에 부드러움을 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과거 독일 축구는 측면 가로지르기를 통해 헤딩슛을 하거나 저돌적인 돌파로 골을 넣는 스타일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며 공격을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프랑스전에서도 전체 517개의 패스 중 짧은 패스가 132개, 중간 패스 303개, 롱 패스가 82개였다. 패스 성공률이 85%로 73%에 그친 프랑스보다 훨씬 괜찮았다. 이는 선제골을 넣은 뒤 패스로 공격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50대50의 볼 점유율에도 경기 내용상 우열이 갈린 이유이기도 하다.
단기전에서의 경기 운영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독일이다. 이날 후멜스의 결승골은 프리킥을 통해 터졌다. 강력한 한 방으로 골을 넣은 뒤 튼튼한 조직력으로 버티며 프랑스의 속을 태웠다. 프랑스가 좌우에서 낮은 가로지르기를 시도해도 모두 독일 수비에 막히며 뜻대로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팀워크를 다졌다는 점도 독일의 강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독일은 그간 바이에른 뮌헨과 비(非)뮌헨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이는 오히려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이날 프랑스전에서는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비롯해 필립 람, 제롬 보아텡, 토마스 뮐러,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토니 크루스 등 6명의 뮌헨 소속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뮌헨은 올 시즌 압도적인 전력으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의 조직력이 고스란히 대표팀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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