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은 결선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확실한 골키퍼 한 명이 팀 승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독일의 거미손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가 좋은 예를 보여줬다. 노이어를 앞세운 독일은 5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마라카낭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1-0으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전반 12분 마츠 후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터뜨린 결승골을 노이어가 잇따른 선방으로 잘 지켜내 얻어낸 승리였다.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프랑스전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노이어는 문전에서 강력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공중볼 펀칭도 최대한 페널티지역에서 먼 곳으로 해내며 위급한 상황에서 수비진이 정비할 시간을 벌어줬다. 193㎝의 신장을 앞세운 높이와 함께 왕성한 활동 반경으로 상대 공격진의 침투를 막았다.
무엇보다 상대의 조바심을 유도하는 볼 간수가 돋보였다. 수비진의 백패스를 받은 뒤 프랑스 공격수가 쫓아오자 재치있는 컨트롤로 볼을 동료에게 보내며 힘을 빼는 모습에서 노련함이 돋보였다. 알제리와 16강전에서 연장전 승부를 펼치느라 지친 팀 수비진의 체력을 고려한 영리한 플레이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자신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노이어는 알제리전에서 빠른 판단력으로 볼을 차단하는 능력까지 보여줬다. 강력한 스피드를 앞세운 알제리의 수비 뒷공간 침투를 최후방 수비수처럼 뛰어 나가 직접 발로 막아내는 대담한 모습이었다.
프랑스전에서는 1-0으로 앞서가자 무리하지 않고 골 지역을 지켰다. 노이어 덕분에 독일의 플랫4 수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안정된 비를 했다. 노이어를 믿으면서 수비 한 쪽 공간이 뚫려도 다른 수비가 뛰어와 차내는 등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선방 후에 금방 또 골문을 지미는 빠른 움직임도 돋보였다. 특히 이날 전반 32분 마티유 발부에나의 슈팅을 막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각도가 없는 쪽에서 발부에나가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노이어가 몸을 던져 쳐낸 뒤 곧바로 일어서서 카림 벤제마의 다음 슈팅까지 대비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후반 종료 직전에도 벤제마의 예리한 슈팅을 가볍게 왼손으로 올려 쳐내며 프랑스의 마지막 희망을 짓밟았다. 노이어가 버티는 후방의 안정감은 곧 독일 전체의 조직력이 흔들리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골키퍼 때문에 고민이 컸던 한국대표팀은 노이어의 선방과 경기력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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