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만약 러시아가 같은 날 쿠이아바에 입성했다면 홍명보호의 훈련은 어떻게 됐을까.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16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도착 후 첫 훈련을 가졌다. 전세기 편으로 베이스캠프 포스 두 이구아수에서 출발해 두 시간을 날아 쿠이아바에 도착한 홍명보호는 미니게임 등으로 공격 완성도 높이기에 주력하며 러시아와의 월드컵 1차전 준비에 집중했다.
훈련을 15분만 공개해 감출 것은 감췄는데 중앙 미드필더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은 "4대4 미니게임을 했다. 공격 전개에 집중했다"라며 훈련 내용을 소개했다.
그런데 홍명보호가 훈련장으로 사용한 마토그로소 훈련장은 열악함 그 자체였다. 조명탑과 잔디운동장만 갖춰져 있을 뿐 관중석은 페인트칠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벤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주변에는 앙상한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샤워할 공간은 고사하고 라커룸도 미완성이라 선수들은 훈련 후 땀만 닦은 채 취재진과 믹스트존 인터뷰를 가진 뒤 서둘러 숙소로 향해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한국대표팀의 훈련장은 바라 도 파리로 결정이 되어 있었지만 진척이 없는 공사 속도로 인해 쿠이아바로 향하기 전날인 15일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갑자기 훈련장 변경이라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지난해 12월 미리 훈련장을 실사하는 등 모든 검열을 마쳤던 대표팀에는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러시아가 16일 오후 늦게 쿠이아바로 입성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상파울루 인근 이투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비밀 훈련에 열을 올렸다. 만약 같은 날 러시아가 쿠이아바에 왔다면 훈련장이 없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러시아가 하루 늦게 들어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같은 날 왔다면 훈련장 사용 문제로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22일에는 나이지리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경기가 이곳에서 예정되어 있다. 이들은 경기 이틀 전 쿠이아바에 들어오겠다고 한 상태다. 대표팀 관계자는 "조직위가 이번에는 한숨을 돌렸지만 이들(의 훈련장) 때문에 비상이다"라고 전했다.
비단 훈련장 뿐만이 아니었다. 쿠이아바에 마련된 팬 페스트 행사장은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임금 체불 문제와 각종 부조리 등으로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로 월드컵을 개막한 브라질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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