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 한국인들에게는 이구아수 폭포로 잘 알려진 도시다. 빅토리아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살아 생전에 한 번은 꼭 오고 싶은 최고의 관광지로 꼽힌다.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이 도시에, 기자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도착했다. 브라질월드컵에 나서는 축구대표팀이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면서, 월드컵 취재를 위해 운좋게 이구아수에 올 수 있었다.
이구아수 공항 도착을 앞두고 비행기 창 밖에 펼쳐진 광경은 거대한 이구아수 폭포였다. 바로 앞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공중에서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경이로웠다. 일부 관광객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폭포를 보기 위해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관광 헬기를 이용해 폭포 주위를 둘러본다고 한다.
그러나 월드컵 결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그 유명한 이구아수 폭포도 사치 그 자체다. 지난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때 왔던 선수들은 이구아수 폭포를 볼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전훈 멤버 중 월드컵 엔트리에 들어 이구아수에 다시 올 기회를 얻은 이들은 8명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관광의 도시에서 태극전사들은 훈련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숙소인 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 리조트 앞에는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관광의 도시에 무슨 일이 있을까 싶겠지만 안전이 걱정되는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시작한 브라질 입장에서는 선수단 보호라는 사명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군경 합동 작전팀은 태극전사들의 숙소 주변 경계는 물론 훈련장 이동을 철저하게 엄호하고 있다. 대표팀 버스 앞뒤로 군용 트럭에 무장 병력을 태워 행여나 우려스러운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표팀이 입성하기 전 호텔 곳곳을 군견을 동원해 폭발물 등이 없는지를 점검했다고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이구아수시의 한국대표팀을 위한 정성이다. 마침 14일에는 대표팀 훈련장인 페드로 바소 옆에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이 열렸다. 사실상 취재진의 프레스 센터 역할을 하는 코리아 하우스는 이구아수시의 부지 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과 대한축구협회 스폰서인 하나은행 등이 후원하면서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베이스캠프에 꾸며지게 됐다.
코리아 하우스는 종합대회인 동, 하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나 한국을 알리기 위한 홍보 목적으로 대한체육회가 개최지마다 설치했던 곳이다. 축구협회가 월드컵에서 코리아 하우스를 처음 만든 것은 그만큼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구아수는 과거 브라질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활용했던 곳이다. 1999년 코파 아메리카,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 대표팀이 이구아수에서 훈련을 해 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운이 서린 곳이다. 홍명보 감독도 캠프 후보지 여러 곳을 둘러보다 이구아수를 최종적으로 낙점하고 지난 1월에 대표팀을 이끌고 이미 적응 훈련을 했다.
이날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에는 정몽규 축구협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레니 페레이라 이구아수 시장, 길마 피올라 펀드 이구아수 회장 등이 찾았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한국식 격려 문화를 잘 몰랐던 페레이라 시장과 피올라 회장이 사회자의 '파이팅' 소리에 엉거주춤하게 손을 들며 참석자들과 함께 대표팀을 응원하던 장면이다.
서로의 문화를 배워가며 페레이라 시장은 다른 귀빈들과 코리아 하우스를 둘러보면서 감격에 젖었다. 그리고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과 취재진이 오랫동안 이 시설을 사용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즉 한국이 예선 통과를 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를 기원해준 것이다.
페레이라 시장은 지난 1월부터 축구협회의 닥달(?)을 받아가며 한국대표팀의 베이스캠프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좋은 베이스캠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사 인부들을 다그치는 등 훈련장과 코리아 하우스 새단장 진행 속도를 거의 매일 둘러봤다고 한다. 또, 한국 대표팀의 평가전은 물론 최종엔트리 선발 등도 빠짐없이 확인했다고 한다.
페레이라 시장은 한국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이 잘하면 이구아수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당연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지금은 거의 오지 않는 다른 나라의 취재진들도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레이라 시장은 자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듣던 기자를 보자 방끗 웃었다. 잠시 후 한국이 어디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짧고도 굵게 한마디를 남겼다.
"한국 취재진이 이구아수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많은 돈을 쓰고 가기를 바란다."
페레이라 시장의 절절한 마음이 한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이어질 지 궁금해졌다.
<④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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