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 김영민이 한국영화 최초 1인8역을 선보였다.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김기덕의 페르소나'라는 별칭을 얻었다. 오랜 연극무대에서 쌓은 내공을 스크린에서 발산한 김영민이 11년만에 다시 한번 김기덕 감독과 조우했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새 영화 '일대일'에서 용의자1 '오현'을 비롯한 8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한 여고생이 살해당한 후 테러집단의 타깃이 되는 용의자 7인 중 가장 먼저 린치를 당하는 '오현'을 시작으로 김영민은 영화 속 8명의 캐릭터를 오가며 우리 사회의 여러 군상을 연기했다.
얼굴에 점을 찍거나 퍼머 스타일 등으로 약간의 변화를 주며 8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김영민의 기록은 한국영화계에 전무하다. 김기덕 감독이 신뢰해온 그의 연기력은 1인8역을 가능케 했고, 현실감 있게 형상화됐다.
8명의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각각 섭외했었다는 김기덕 감독은 김영민이라는 배우가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마지막 순간 캐스팅을 취소하고 김영민에서 8역을 맡겼다. 실력을 갖춘 배우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말 역시 김영민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고 11년만에 세번째 작품으로 다시 만난 김영민은 "1인8역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크랭크인 이틀 전에 대본을 받았는데 8명을 하루에 다 어떻게 연기하지 싶었다. 부담도 되고 욕심도 생기고. 한국영화에 이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라면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도전이었다."
우리들의 주변에 있는 평범한, 그렇지만 그들 모두의 개성이 보이게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김영민은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고 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부치지 않나. 그 한계에서 나오는 인간의 모습이 매력적인 것 같다. 감독님의 영화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 안에 품은 생각은 참 멋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것 같다."
김기덕 감독과 작업한 배우가 아닌 영화관객으로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세계적인 영화제들과 해외관객에게 호평을 받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해외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참 많이 받았다. 해외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라고 소개하면 너무 좋아한다(웃음). 영화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부쳐서 인간의 본질을 찾아내는 감독님의 작업 방식을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김기덕의 영화는 단순히 잔인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는 속이고 감추지만 극한의 상황에 닿으면 나오는 인간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지만 김영민은 빨리 높이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톰 크루즈도 늘 차기작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한다고 한다. 배우들은 늘 그런 걱정을 하게 되나보다. 그런 톱스타조차도. 나 또한 꾸준히 작품을 하고 관객과 만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람에게는 때가 있고 그 때라는 것이 다 다른 것 같다. 높이 올라가면 그만큼 떨어지지 않겠나."
인생의 한방보다는 성실히 꾸준하게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로 살아가고 싶다는 김영민의 1인8역 연기는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일대일'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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