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또 한 명의 신고선수 출신 성공기를 쓸까.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해민이 여기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한양대 졸업반 시절이던 지난 2012년 쓴맛을 봤다. 신인 지명에서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래서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 3시즌 만에 1군 선발 엔트리에 자리를 잡았다. 박해민은 9일과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중견수로 나와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해 1군 단 한 경기만 출전했지만 올 시즌에는 10일 두산전을 포함해 21경기에 뛰고 있다.
박해민은 1군 선발 출전이 믿어지지 않았다. 9일 두산전에 앞서 전력 분석을 끝내고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거짓말이나 농담인 줄 알았다. 그는 "구단 버스를 타고 잠실구장으로 오는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짐을 풀고 그라운드로 나와 몸을 풀면서 조금씩 적응됐다.
선발 출전 데뷔전에서 그는 인상깊은 활약을 했다. 두산 에이스인 유희관을 상대로 3루타를 쳤고 경기 후반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등 쏠쏠한 방망이 실력도 뽐냈다. 그러나 박해민은 "아직 타격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해민의 뛰어난 야구 센스와 주루 플레이 그리고 수비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박해민의 선발 기용을 결정했다. 외야 모든 자리를 소화할 수 있다는 부분도 선발 기용 원인 중 하나도 작용했다.
박해민의 주력이 돋보인 건 10일 경기였다. 삼성은 이날 두산에게 졌지만 1회초 안타 하나 없이 박해민의 발로 선취점을 냈다. 그는 1루 출루 후 2루로 도루를 했다. 그 과정에서 두산 포수 양의지가 송구한 공이 뒤로 빠지는 바람에 박해민은 3루까지 갔다. 그리고 박해민은 후속타자 채태인의 1루 땅볼에 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박해민은 타석에서는 제 임무를 수행하진 못했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이날 2번타순에 나온 박해민은 보내기 번트를 댔다. 하지만 타구 방향이 좋지 않았다. 1루 주자 박한이는 2루에서 아웃됐다. 박해민은 진루타를 쳐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다리로 득점을 올려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박해민은 '제2의 정수빈(두산 베어스)'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체구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해민의 롤 모델은 따로 있다. 바로 김현수(두산)와 이병규(9번, LG 트윈스)다.
박해민은 "김현수 선배와는 공통점이 있다"고 웃었다. 두 선수는 같은 신일고를 나왔다. 그리고 김현수도 신고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국내 최고의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이병규는 박해민이 야구를 시작하면서 교과서로 삼았던 선수다.
류 감독은 박해민에 대해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한 두 경기를 놓고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자신감을 심어 줘야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해민처럼 또 다른 유망주 박찬도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군 터줏대감인 정형식도 있고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 후 팀에 복귀한 베테랑 이영욱 등 박해민의 경쟁상대는 차고 넘친다.
박해민은 "처음 1군에 올라왔을때는 '언제 다시 내려가야 하나'라는 불안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다시 퓨처스(2군)행을 통보받는다고 해도 낙담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그는 "1군에서 뛰고 있다는 것 만으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의 퓨처스 시스템이 키우고 있는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앞으로 제대로 성장해 1군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또 다른 퓨처스 성공사례가 된다. 박해민도 "2군에서 많은 코치 선생님들이 관심과 신경을 써줬다"고 했다. 박해민을 지켜보는 류 감독의 마음이 흐뭇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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