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보고싶습니다... 감독님......"
LG 투수 봉중근(34)이 자진 사퇴한 김기태 감독을 생각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이 글에는 평소 봉중근이 김 감독을 어떻게 생각했는 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봉중근은 25일 KIA전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5연패를 끊어냈다. 3-2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등판해 안타 하나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며 세이브를 올렸다. 바로 전날인 24일 삼성전에서 43구를 던지며 1.2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후 다음날 곧바로 다시 등판한 것이다.
김기태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조계현 수석코치는 봉중근의 이날 등판을 말렸다. 그러나 봉중근은 던지겠다고 자청했다. 봉중근은 "일단 1승을 해야 팀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던지겠다고 했다"며 "힘들지만 표현은 안했다"고 말했다.
자진해서 사령탑에서 내려온 김기태 감독에게 바치는 세이브이기도 했다. 봉중근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은 24일 삼성전이 끝나고 버스로 이동하던 시간이었다. LG는 연장 10회말 최형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8-9로 패했다. 그러나 7회말까지 5-7로 뒤지던 경기를 8회초 3점을 뽑아내며 8-7로 역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였다.
올 시즌 첫 패전을 기록하며 팀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 때문일까. 봉중근은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서 김 감독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봉중근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중근에게 김기태 감독의 존재는 특별했다. 존경 이상의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다. 봉중근은 "미국에 있을 때 바비 콕스 감독님에게도 그랬지만, 김기태 감독님에게는 더 큰 마음을 느꼈다"며 "밥도 한 번 같이 먹은 적이 없지만 야구장에서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김 감독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나타냈다.
이어 봉중근은 "선수들을 믿어주셨다. 그렇게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20년 이상 야구를 하면서, 감독님을 위해 야구를 해보자는 마음은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직 LG 구단 측은 김 감독의 사퇴 표명에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퇴를 번복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수들도 김 감독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도 현실적으로 김 감독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봉중근은 "실낱같은 희망은 솔직히 갖고 있지만 감독님 성격상 돌아오시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독님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내가 옳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그러나 선수들은 아직 김 감독을 마음에 품고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 봉중근의 말처럼, 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마지막 보답은 남은 시즌을 잘 치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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