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8연승을 달리고 있던 지난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연승 뒤엔 꼭 연패가 오기 마련"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연승이 끊어지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넥센은 염 감독의 걱정대로 롯데에게 2-10으로 져 연승이 끝났다. 그러나 넥센은 다음날인 24일 롯데를 10-3으로 꺾었다. 넥센 입장에선 2연패로 가지 않았던 경기였고 반대로 롯데는 전날 승리를 거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염 감독의 얘기처럼 사령탑들은 팀이 연승을 거두기보다 연패에 빠지지 않는 걸 더 신경쓰는 편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 5할 승률을 넘기고도 5위에 머무르면서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다. 상승세를 탈 만하면 2~3연패를 당해 벌어놓은 승수를 까먹는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1승을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땀을 흘리고도 제자리인 순위 때문에 되려 힘만 빠졌다. 시즌 후반 순위 경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올 시즌 롯데는 24일 현재까지 연패를 딱 한 차례 당했다. 지난 15,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당한 2연패다. 1위에 올라 있는 넥센처럼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하지 않았지만 지긋지긋한 연패는 아직 경험하지 않았다.
그런데 롯데는 순위 경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갈 듯하다가도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승률 5할을 맴돌고 있다. 순위표에서 롯데와 견줘 아래에 있던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는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LG 트윈스와 주중 3연전을 쓸어담고 9승 9패를 기록, 9승 1무 9패인 롯데와 어느덧 어깨를 나란히 했다.
롯데는 이번 주말 3연전을 안방에서 SK 와이번스와 치른다. 일단 10승 고지부터 빨리 올라서야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덜해진다. 25일 열리는 SK전에서 진다면 거꾸로 두 자릿수 패배를 먼저 기록하게 되는 동시에 올 시즌 처음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진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날 경기 결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롯데에선 이날 김사율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윤희상(SK)과 맞대결한다. 김사율은 올 시즌 팀의 5선발을 맡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깨가 무겁다.
그는 올 시즌 첫 승을 아직 신고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선 두 차례 등판에서 투구내용은 괜찮았다. 첫 선발 등판이던 지난 10일 LG전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를 못챙겼을 뿐이다.
16일 NC와 경기에서는 5이닝 4피안타(1홈런) 2볼넷 5실점으로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자책점은 3점이었다.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3회 3실점했고 6회 NC 에릭 테임즈에게 투런포를 허용하긴 했지만 이날도 선발투수로 기본적인 몫은 한 셈이다.
롯데는 현재 선발의 한 축인 송승준이 승리 없이 4패에 평균자책점 8.14로 극히 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김사율마저 흔들린다면 롯데는 지난 시즌과 같은 고민을 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지난해 송승준,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등 1~3 선발진은 제몫을 했다. 그러나 마땅한 4, 5선발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경찰청에서 전역 후 팀에 합류한 좌완 장원준이 올 시즌 선발 한 자리를 맡아 2승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4.50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사율이 선발진에서 '키맨'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사율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상관없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베테랑 투수인 김사율은 최근 3시즌 동안 세 보직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승리투수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 선발로 나가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먼저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자신의 첫 승과 팀의 시즌 10승이 걸린 25일 SK전에서 김사율이 어떤 피칭을 보여줄 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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