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대략적인 브라질 월드컵 구상을 끝냈다. '봉와직염' 부상으로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는 박주영(왓포드)을 소속팀으로 복귀시키지 않고 국내에 머무른 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최종엔트리를 5월 9일에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5월 12일 예비엔트리 30명을 보내는 것과 상관없이 최종엔트리를 조기에 확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예비엔트리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당초 계획은 12일 대표팀을 소집해 28일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른 뒤 29일 최종엔트리 발표 후 30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 브라질 월드컵 장도를 시작한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팀(One Team)'을 강조하는 홍 감독은 빨리 최종엔트리를 확정짓고 대표팀을 완성할 것임을 강조했다.
최종엔트리의 90%는 확정됐고 나머지 10% 결정만 남았다는 것이 홍 감독의 설명이다.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를 놓고 최종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중앙 수비의 경우 풀백을 겸할 수 있는 자원을 원하고 있어 전문 풀백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홍 감독의 엔트리 확정에 K리그를 위한 배려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대표팀의 경향이 해외파 중심으로 축이 옮겨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K리그 역시 여전히 존중 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홍 감독이 최종엔트리 발표를 예고한 9일 다음날인 10~11일에는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또, 13~14일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린다.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은 기회를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대표팀 엔트리가 먼저 발표될 경우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은 엔트리가 발표되는 그 순간부터 월드컵 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치열한 순위 경쟁과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놓고 벌이는 구단들의 노력과 승부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에 충분하다. K리그는 늘 대표팀의 맹활약(?) 덕분에 피해를 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K리그는 피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홍 감독의 생각과 결정을 축구협회는 그저 그러려니 지켜보고만 있다. 홍 감독은 주변의 이야기를 듣겠지만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박주영의 대표팀 무임승차로 원칙이 폐기됐다는 팬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도 축구협회의 어느 임원 하나 홍 감독에게 조언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되려 "월드컵 선전을 위해 그럴 수 있지 않느냐"라며 감싸기에 급급하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홍 감독이 조기에 엔트리를 확정짓겠다는 것은 '팀을 빨리 결속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이는 것 같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며 추측성 답을 내놓았다. 홍 감독의 마음을 읽었을 뿐 직접 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은 때로는 홀로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한다"라며 홍 감독의 마미웨이를 지지했다. 이는 모든 선택의 책임과 결과를 홍 감독이 감수해야 하고 축구협회는 뒤로 빠져 있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의도는 아니다"라며 발을 빼려는 태도를 보였다.
홍 감독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전력이나 대진을 살핀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이 나아가는 길을 홍 감독 혼자 모두 떠맡고 해결하려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주변의 의지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축구협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대표팀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적절한 조언이라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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