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 후 수원 삼성의 최대 고민은 공격을 제조하는 패스마스터를 찾는 것이었다. 수비와 공격이 단절되니 정대세 등 공격 자원들이 전방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서정원 감독은 '패스마스터' 김두현(32)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렸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두현은 마침내 지난달 22일 포항 스틸러스전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중앙 미드필더 겸 플레이메이커인 김두현은 패스가 일품이다. 공수 단절의 끈을 이어야 했던 수원에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였다.
체력이 완벽하지 않았던 김두현은 포항전에서 후반 16분 벤치로 물러났다. 기동력이 다소 떨어지면서 오히려 포항의 집요한 침투로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포항은 두 골을 넣으며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패배 결과에도 불구하고 서 감독은 김두현의 복귀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후 김두현은 성남FC, 부산 아이파크전에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체력이 완벽하지 않았던 상황에서의 풀타임 소화라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두현은 지난해 포항과의 세 번째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 연골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재활 기간을 줄여 시즌 말미 복귀해 3경기를 소화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 정도로 수원에는 운이 따르지 않은 시즌이었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던 김두현을 살리는 것은 서정원 감독의 몫이었다. 서 감독은 "2012년에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제대로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갖춰지지 않았고 지난해 부상도 길었다"라며 "포항전 이후 곧바로 풀타임을 소화시킨 것은 경기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두현의 복귀 효과는 분명 있었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7라운드가 그랬다. 좌우로 열어주는 패스는 수원이 추구하는 측면을 이용한 공격에 효과적이었다. 염기훈, 서정진, 배기종 등 기동력 있는 자원들은 김두현의 패스를 받아 다시 중앙으로 넣어주거나 돌파한 뒤 가로지르기로 상대의 수비 뒷공간을 흔들었다. 김두현은 몸싸움에도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부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렸다.
이날 경기를 관전했던 한 K리그 팀 스카우트는 김두현의 플레이에 대해 "패스의 질은 여전히 높았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패스로 보완하고 있다. 전방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더 좋아진다면 김두현의 패스는 훌륭한 무기가 될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더 노련해졌다"라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서서히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는 김두현은 "한 번 힘들게 뛰어보니 그 다음은 더 괜찮아지더라. 초반부터 강하게 하면 뛸 수 있는 체력이 완성된다"라며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이날 전남전에서 염기훈의 페널티킥 골로 1-0 승리를 거뒀듯 수원도 정상적인 경기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김두현의 판단이다. 수원은 오장은이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하고 중앙 수비수 구자룡의 부상으로 헤이네르가 첫 출전하는 등 수비에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분명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라며 긍정론을 설파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도전자로 올 시즌을 시작하고 있는 수원이다. 김두현은 "우리는 도전자다. 상대에 지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된다. 서서히 팀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승 등 추상적인 목표를 내세울 때가 아니다. 조직력이 더 좋아지면 분명 달라져 있는 수원을 보게 될 것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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