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현대캐피탈의 정상 도전이 또 다시 좌절됐다. 현대캐피탈은 3일 열린 2013-14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화재에게 0-3으로 졌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린 현대캐피탈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안방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속이 더 쓰리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넘지 못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인선수 맞대결에서 밀린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7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한 열쇠로 대형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오프시즌 동안 이적시장의 블루칩으로 꼽힌 아가메즈(콜롬비아)였다.
그러나 아가메즈도 현대캐피탈의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구단 프런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5-06, 2006-07시즌 숀 루니(미국)라는 걸출한 외국인선수를 앞세워 삼성화재를 제치고 2년 연속 V리그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후 번번이 외국인선수 맞대결에서 삼성화재에게 밀렸다.
2010-11시즌은 여러모로 올 시즌과 상황이 비슷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가빈 슈미트(캐나다)가 V리그 2년차로 활동하고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내심 우승을 기대했다. 한국전력과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독일과 터키리그에서 뛰던 문성민을 데려왔다. 여기에 전성기는 아니었지만 국제배구계에서 인지도가 높던 헥터 소토(푸에르토리코)를 영입했다. 알찬 전력 보강을 했으나 결과는 바라던 대로 나오지 못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현대캐피탈은 문성민과 아가메즈가 짝을 이뤄 쌍포를 갖췄지만 삼성화재 레오(쿠바)를 넘지 못했다.
아가메즈는 뛰어난 공격력과 파워를 선보이긴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잦은 범실에 발목을 잡혔다. 아가메즈는 정규리그에서 범실 307개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많은 범실을 한 LIG 손해보험 에드가(호주)의 273개를 훌쩍 뛰어 넘은 최다 범실이었다. 259개의 범실을 한 레오와도 차이가 크다.
아가메즈는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레오와 견줘 범실 숫자는 적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거둔 1차전을 제외한 2, 3, 4차전에서 아가메즈는 중요한 고비마다 서브와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흐름이 끊겼다.
물론 아가메즈는 1차전 1세트 초반 블로킹 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발목을 다치는 불운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록 외적인 부분에서 그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되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4차전 1세트 중반이 그랬다. 14-14로 팽팽하던 가운데 아가메즈는 오픈 공격을 시도했다. 그런데 착지 과정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삼성화재 센터 이선규와 부딪혔다. 아가메즈의 오른쪽 어깨와 이선규의 왼쪽 어깨가 충돌했다. 이후 아가메즈와 삼성화재 박철우 사이에 신경전이 일어났다. 레오까지 여기에 가담하면서 코트 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다.
다행스럽게 두 팀 선수들간 물리적인 충돌이나 과도한 신체접촉 없이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때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삼성화재 쪽으로 조금씩 넘어갔다. 곧바로 이어진 아가메즈의 퀵오픈을 공교롭게도 박철우가 단독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정당한 승부욕은 필요하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아가메즈를 비롯해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분위기 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린 셈이다. 3차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냉정이 정말 필요했던 상황에서 열정이 지나쳤다.
비록 정상 도전에 실패하긴 했지만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대항마'로서 가능성은 보여준 시즌이었다. 리베로 여오현의 수비는 결과에 상관 없이 빛났다. 문성민도 챔피언결정전 기간 동안 왼쪽 무릎 부상에서 벗어나 제 기량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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