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순탄한 출발이었다. 그의 싱커는 춤을 췄고, 슬라이더는 날카롭게 휘어졌다. 넥센 강타선은 '땅볼형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두산)의 변화무쌍한 공에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베일을 벗은 볼스테드가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무난한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부터 새로 두산에 합류한 볼스테드는 2일 목동 넥센전에서 6.1이닝 8피안타 4실점(3자책)했다. 두산이 9-5로 이기면서 볼스테드는 한국무대 첫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를 동시에 챙겼다.
이날 경기 시작 전부터 관심의 초점은 볼스테드에 쏠렸다. 2경기 연속 불펜 난조로 경기를 내준 두산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 불안한 구원투수진을 감안할 때 선발 볼스테드가 최대한 길게 끌어줘야 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두산으로서 만족할 만했다.
볼스테드는 넥센 강타선을 맞아 시종 안정감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106개의 투구수 가운데 포심패스트볼은 3개에 불과했던 반면 싱커(투심)를 52개나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7㎞. 이밖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21개씩 구사했다.
무엇보다 아웃카운트 18개 가운데 절반인 9개를 땅볼로 처리해 자신의 장기인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1회말 3타자를 가볍게 범타처리한 그는 3-0으로 앞선 2회 박병호, 강정호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한 뒤 1사 만루에서 포수 양의지의 패스트볼로 첫 실점했다. 하지만 후속 문우람과 허도환을 각각 중견수 뜬공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서건창-이택근-윤석민으로 이어진 3회 수비는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했다. 3타자 모두 내야 땅볼로 어렵지 않게 요리했다. 2번째 실점은 4회에 나왔다. 2사 1,2루에서 문우람에게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적시타를 허용한 것. 스코어는 3-2.
5회초 두산이 민병헌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더 얹자 볼스테드의 투구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5회말 이번에도 넥센의 1∼3번 타자를 3자범퇴로 요리한 그는 6회 역시 선두 박병호를 삼진처리하는 등 손쉽게 아웃카운트 3개를 만들었다.
두산이 7-2로 크게 앞선 7회에도 볼스테드는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하자 공에 힘이 떨어지며 선두 이성열과 후속 문우람에게 백투백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1사 후 서건청 마저 우전안타로 내보내고 교체됐다. 두산의 새 필승조인 윤명준, 정재훈에 좌완 이현승과 마무리 이용찬이 잔여 경기를 무사히 틀어막아 볼스테드는 한국 무대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출신으로 207㎝의 거구와 달리 순박한 성격인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구체적인 수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보다는 그저 건강하게 풀시즌을 치르고 싶다"고만 밝힌다.
지난달 29일 LG와의 개막전 승리 뒤 2경기 연속 투수진 난조로 경기를 내준 두산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홈런 3방 등 활발하게 터진 타선의 힘이 컸지만 볼스테드의 안정감 있는 투구도 빼놓을 수 없는 승인이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볼스테드가 실점은 있었지만 투구 템포가 좋았다. 특히 볼넷이 없었던 점이 돋보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볼스테드는 "경기 초반 팔이 넘어오지 않는 느낌이어서 제구력이 흔들렸다. 1회 뒤 투수 코치의 조언을 듣고 그 이후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7회에도 힘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달랐던 것 같다. 홈런을 맞은 건 아쉽지만 한국무대 데뷔전에 전체적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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