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현빈과 이재규의 정조, 어떻게 다를까

[권혜림기자] 영화 '역린'에서 정조를 연기하는 현빈이 그간 재현된 정조 캐릭터와 자신이 연기한 인물의 차별점을 알렸다.

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역린'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과 배우 현빈·정재영·조정석·한지민·박성웅·정은채가 참석했다.

현빈은 '역린'에서 암살 음모의 중심에 있는 왕 정조로 분한다. 그간 정조는 유독 많은 사극 작품들에서 재현돼 온 인물. 그가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연기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빈은 "(다른 작품들을)못 봤고, 일일이 찾아보지도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조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 삶을 산 매력적 인물이라 많이 소개돼왔다"며 "그 작품들과 비교해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는 정조를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또한 "반드시 살아야만 하고 그 와중에도 정권을 지켜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모습이 이제껏 보이는 정조 모습과 다른, 24시간 동안 가장 급박한 정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규 감독은 "'역린'의 정조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는 지점에서 차별화될 것"이라며 "섬세하고 여성적인 측면이 있으면서 폭발적이고 남성성이 있는 인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럼 애민의 왕이나 군주상을 그리기보다 사람 자체를 그리고 싶었다"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감독은 팩션(faction) 사극인 '역린'에 대해 "영화는 정조역변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상상으로 이뤄진 인물과도 관계가 있다"며 "여기 있는 배우들이 연기한 배역들 중 절반은 실존, 절반은 상상 속 인물들"이라고 알렸다. "인물들이 만나고 엮이는 과정에는 픽션이 가미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역린'은 MBC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 등을 연출한 스타 연출자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간 방송사 PD 출신 연출자들이 다수 스크린으로 넘어왔지만 흥행의 맛을 본 경우는 소수였다.

이재규 감독은 "전혀 다른 매체니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몰라 지금도 굉장히 두렵다"며 "드라마를 할 때도, 부끄럽지않게 최선을 다해 만들면 된다는 생각만큼은 똑같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드라마는 시간이 부족해 빨리 판단해야 했다. '역린'도 시간이 부족했지만 조금이라도 같이 생각하고 만들어 뜻깊은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날 현빈은 제대 후 첫 번째 복귀작으로 '역린'을 택하고 3년 만에 연기를 재개한 것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개봉 시기로 보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가장 마지막이었지만 입대 전 실질적으로 가장 늦게 촬영이 끝난 것은 '시크릿가든'이었다"며 "2010년 9월 말 혹은 10월 초에 촬영을 마치고 제대한 뒤 2013년 9월 말에 '역린' 촬영장에 가있었다"고 답했다.

"군대 안에서 너무 연기하고 싶었다"며 "그리웠던 공간에 제가 들어가있다보니 기대와 긴장이 반씩 공존했다"고 말을 이어 간 현빈은 "욕심나 있던 상황, 바랐던 상황이 왔던 것에 대해 기분이 많이 좋았다"고 답을 마무리했다.

'역린'은 조선시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왕을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살아야만 하는 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정유역변을 모티프로,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막히는 24시간을 담았다.

현빈은 정조 역을, 정재영은 왕의 서가를 관리하는 상책 갑수역을 맡았다. 조정석은 살인을 위해 길러진 청부 살수로, 박성웅은 금위영 대장 홍국영으로 분했다. 조재현이 비밀 살막의 주인 광백 역을, 정은채가 왕의 의복을 관리하는 세답방의 궁중 나인 월혜 역을 연기한다. 혜경궁 홍씨 역을 김성령이, 정순왕후 역을 한지민이 맡았다. 오는 4월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