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유희관(28, 두산 베어스)은 무척 유한 선수다. 평소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하고, 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다. 무명 생활을 오랜 기간 겪어서인지 조금 떴다고 자만하는 기색도 없다. "야구장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반갑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선수"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그는 달라진다. 부드러운 미소는 사라지고 다부지게 타자를 노려보는 '투사'로 변신한다. 포수의 사인을 본 뒤 포수 미트를 매섭게 바라보는 눈빛에선 '집중력이란 이런 것'이란 말이 떠오른다.
유희관은 그렇게 변신에 능한 선수다.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절묘하게 찌르는 제구, 빠르지 않지만 날카로운 무브먼트로 타자의 방망이를 압도하는 힘을 가졌다. 자신감과 제구, 무브먼트로 무장한 그는 지난해 두산 토종 좌완으로는 25년만에 10승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유독 왼손 투수와 이렇다 할 인연이 없던 두산에 혜성처럼 나타난 '깜짝 선물'이었다.
올 시즌에도 유희관에 대한 두산의 기대는 여전하다. 송일수 감독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투수"라며 그의 경기 운영 능력과 준비력에 고개를 끄덕인다. 20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도 유희관은 특유의 유들유들한 투구를 앞세워 마지막 시험등판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날 두산의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그는 6이닝 동안 6안타를 산발시키며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했다. 지난 15일 광주 KIA전 5이닝 무실점 이후 2경기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하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1회초 송광민과 정현석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침착하게 실점 없이 마무리한 그는 3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정작 점수는 내주지 않는 나이 답지 않은 노련미를 과시했다. 최대 위기를 맞은 4회에는 1사 뒤 김회성을 몸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뒤 한상훈에게 2루타를 허용해 1사 2,3루에 몰렸다. 하지만 그는 김민수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은 뒤 이양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매조지했다.
이후는 탄탄대로. 5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그는 6회 2사 1루서 김민수를 삼진처리하고 이날 투구를 마감했다.
유희관의 역투에 탄력을 받은 두산은 1회말 김현수의 희생플라이와 5회말 고영민의 좌월 투런홈런 등을 앞세워 5-2로 승리했다. 두산은 유희관에 이어 오현택, 정대현, 홍상삼, 이용찬이 줄줄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는 선발 송창현이 5이닝 2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힘을 냈지만 타선이 두산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유희관은 "조금만 못하면 주위에서 하도 '2년차 징크스' 얘기를 꺼내기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며 "그래서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는 이를 악물고 던졌더니 '남의 구장 개장경기에 재뿌렸다'고 하더라"고 해 주위를 웃겼다.
그는 "지난해 잘해서인지 올해 기대하는 분들도,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내 자세는 언제나 똑같다. 그저 등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 모든 것을 쏟아붓자는 거다. 그러면 성적도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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