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선택지 하나를 잃게 됐다. 부상 중이던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31)가 메이저리그 구단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리즈의 토론토 계약 소식은 8일 미국 현지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LG 구단은 부랴부랴 리즈에게 이메일을 보내 계약 사실을 확인했다. LG도 모르게 리즈가 토론토와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LG는 리즈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지난 1월 중순,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리즈의 무릎 부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레 가장 든든했던 부분이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으로 둔갑했다.
고민 끝에 LG는 리즈의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았다. 재활 경과를 지켜보며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뒤 성적에 따라 리즈와 교체를 고려하기로 한 것이다.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아 LG와 리즈의 계약은 자연스럽게 무효화됐다.
그러나 리즈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토론토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 규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리즈에 대한 LG의 보유권은 국내 무대에서만 인정된다.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에는 거의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걸림돌을 찾자면 리즈의 몸 상태. 무릎 부상을 당해 4개월이나 재활을 거쳐야 하는 그와 쉽게 계약을 맺을 구단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토론토는 그 틈새를 공략했다. 이는 리즈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재활이 끝나면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 계약이라는 일종의 안전장치까지 걸어놨다.
토론토는 리즈에게 진작부터 관심을 보여온 구단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LG가 리즈와 재계약을 추진할 때 경쟁이 붙었던 구단이 바로 토론토다. LG는 토론토, 일본 모 구단과의 머니게임에서 승리하며 리즈를 눌러앉혔다.
마이너 계약이기 때문에 LG에 남는 것과 비교해 계약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즈로서는 토론토와의 계약이 손해가 아니다. 사실 리즈는 LG에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리 리오단과 새롭게 영입할 선수가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LG가 부상 경력이 있는 리즈를 다시 불러들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리즈는 꿈도 이뤘다.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는 것이 그동안 리즈의 꿈이었다. 토론토의 적극적인 오퍼라면 메이저리그 무대에 다시 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단, 계약 사실이 갑작스럽게 현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부분은 LG로서 서운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는 부상 중인 리즈와 계약을 맺으려는 구단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방심을 하다 허를 찔린 셈이다. 만약 LG가 리즈의 메이저리그 유출이 걱정됐다면 일단 선수 등록을 해놓고 재활을 기다리는 도박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LG도 리즈의 재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또한 4개월의 공백은 너무나 큰 리스크였다.
리즈는 떠났다. LG로서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잘 뽑아 떠난 선수의 생각이 나지 않게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선택지가 하나 줄어들어 아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는 어차피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구단에서 먼저 떠나보내기도 한다. 절차상의 서운함은 있을 수 있지만 리즈의 선택을 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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