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걱정은 선수들의 부상이다. 대표팀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은 치명적이다. 다음달 6일(한국시간)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차두리(FC서울)와 곽태휘(알 힐랄)의 부상 이탈로 고민이 커진 홍 감독이다.
차두리 대체 요원은 선발하지 않고 곽태휘의 대체자로 김주영(FC서울)을 발탁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표팀은 K리거(6명), 유럽파(9명), 일본파(4명), 중국파(3명), 중동파(1명) 등 23명으로 구성됐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한 구성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가장 비중이 큰 유럽파 선수들이 그렇다. 소속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이들은 손흥민(레버쿠젠), 기성용(선덜랜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 정도다. 지동원, 홍정호(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박주영(왓포드)은 교체로 출전하거나 수시로 선발과 벤치를 오가는 등 입지가 완전하지 않다.
올 겨울 중국리그로 진출한 하대성(베이징 궈안), 박종우(광저우 부리)는 새 팀에서 주전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일단 하대성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렸다.
해외파가 만약 부상이라도 당하면 홍명보호에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대체자를 K리그에서 찾아야 하는데 보통 머리가 아픈 일이 아니다. 더 냉정하게 따져보면 손흥민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의 소속팀들 모두 리그의 중위권 내지는 강등권을 오가고 있거나 2부리그에 속해 있는 등 팀의 위치도 불안하다.
때문에 홍 감독은 '팀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멀티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 차두리의 대체자를 뽑지 않은 것은 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를 오른쪽 풀백으로 시험해보고 활용해보기 위함이다. 황석호는 중앙 수비수 요원이지만 오른쪽 풀백도 가능하다.
홍 감독은 27일 열린 대표팀 새 홈 유니폼 발표회장에서 "황석호는 1월 전지훈련에서 테스트를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 오른쪽 풀백으로 활용하겠다. 중앙 수비수는 다른 선수가 들어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황석호는 기존의 이용(울산 현대)과 함께 경쟁을 하게 됐다.
황석호 외에도 왼쪽 풀백인 박주호는 최근 마인츠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 시절까지 측면 공격수였던 박주호는 유럽에서 풀백의 능력을 키우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비가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서서히 장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역시 중앙 수비수지만 왼쪽 풀백으로 뛸 수 있다. 전임 조광래, 최강희 감독 시절 왼쪽 풀백으로 종종 나서기도 했다.
홍 감독은 "지금은 부상 선수 관리가 중요하다. 이번에 그리스에서 유럽의 몇몇 선수를 시험을 해서 가진 데이터에 추가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의 시험에는 멀티 능력 측정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팀 내 생존을 위해서는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도록 자기 계발을 더 하라는 의미가 숨어있기도 하다.
홍 감독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빙속 남자 팀 추월의 예를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기록을 단축시키는 팀 추월 대표팀처럼 부족한 부분은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서로 메우자는 것이다. '원팀'으로 뭉친 홍명보호가 선수들의 멀티 능력을 장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지, 그리스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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